공식 선거운동 시작한 한동훈 이재명.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서로 심판하자고 난리법석이다. 거대 양당이 무조건적으로 심판론에만 올인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정권 심판론'이나 '야당 심판론'뿐 아니라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별의별 심판론까지 판치고 있다. 공약과 비전을 제시해 차분히 점수를 따기보다는 상대방의 감점을 노리는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은 어디까지나 각 당이 정리하고 발굴한 공약과 정책을 국민들에게 꼼꼼히 설명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28일 발언은 지나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서울 마포 유세에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해야 한다. 그것이 네거티브가 아니고 민생"이라고 말했고, 신촌 유세에서는 "정치를 개같이 하는 게 문제지 정치 자체에는 죄가 없다"고 했다. 아무리 다급하더라도 집권 여당의 선대위원장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다.

야권이 정권심판론만 부각하고 공약 제시나 정책개발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민주당은 선거일인 4월 10일을 '윤석열 정권 심판의 날'로 규정하고 첫날부터 정권심판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이미 '검찰 독재 조기종식', '3년은 너무 길다' 등의 구호를 내걸며 총선 후 윤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고 있다.

여야 모두 정책과 공약 대결보다는 갈수록 심판론에만 매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 '검찰 독재 심판'을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조 심판', '거야 심판', '범죄 세력 심판'으로 맞서고 있다. 물론 역대 선거에서 심판론이 없었던 적은 없었지만 이번처럼 선거판 전체를 관통하기는 처음이다.

여야가 온갖 종류의 심판론만 앞세우다 보니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민생이나 지역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는 지긋지긋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이 심판론으로 시작해 심판론으로 끝을 맺는다면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치유하기 힘든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냉정을 되찾아야 하고, 국민들은 이런저런 심판론에 너무 휘둘리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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