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정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진희정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공부나 야근으로 하루 정도 잠을 적게 자서, 다음날 생활이 불편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수면에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약 20%나 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있어서인지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 수에 비해 그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공부할 때는 누구나 그 정도 자야지. 더 자면 언제 공부해'라며 넘기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수면이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수면과 연관성이 높은 질환들이 밝혀지면서 수면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치매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 환자의 수가 늘고 있는데,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노인인구 대비 10.2%이다. 2030년에는 135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 치매 환자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단백질이 서서히 뇌에 쌓이면서 뇌 손상을 일으켜 인지기능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뇌에 이상 단백질이 축적되면, 뇌의 글림프 시스템이 이러한 단백질을 청소하게 되는데, 이 시스템은 우리가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작동하기 때문에 잠을 잘 자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006년 알츠하이머 전문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를 살펴보면,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기억력과 주의력 같은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불면 증상을 보이는 그룹에서 더 낮은 인지기능 점수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다른 연구에서는 수면장애가 알츠하이머병 진단보다 몇 년 앞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였다. 실제 역학연구에서 건강한 사람도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1년 후에 인지기능이 저하된다는 연구가 2012년 발표됐다.

작년 신경정신의학 분야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메타 분석 결과 대뇌의 아밀로이드-베타의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수면 시간이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밀로이드-베타 제거를 위한 충분한 수면 시간이 필요함을 확인한 것이다. 수면 시간 외에도 수면 개시에 어려움을 겪거나 수면제를 복용하는 경우 치매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수면 상태와 치매에 관한 유전자를 찾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22년 유전학 전문분야 저널에 발표된 연구를 살펴보면, 7만 1880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38만 3378명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수면 정보(불면증, 코골이, 수면 시간)와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유전체 정보를 확인한 결과, 알츠하이머병과 수면 정보 사이에 31개의 공통된 부위를 확인했다.

유전체 정보는 인종마다 다르므로, 주요 국가들은 자국민의 치매 위험 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치매 코호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대전시민을 대상으로(30-50대) 대규모 코호트를 운영하고 있다. 코호트를 통해 수집하는 정보의 대상자 연령이 치매질환 고위험 연령은 아니지만, 유전체 정보와 수면 상태에 관한 정보를 계속해서 수집하고 있어, 기존 치매 유전정보 연구들과 통합 분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대전시민 건강코호트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될 수 있다면, 중년에서부터 수면상태와 유전정보를 인지하여 건강한 노년을 준비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진희정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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