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용 동화작가
박진용 동화작가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핸드폰이 없다. 머리가 하얘진다. 조금 전까지도 밝았던 마음이 졸지에 깜깜해진다. 봄비는 바람을 타고 거칠게 쏟아지고 있다. 내 시선은 나를 내려놓고 떠난 검은색 승용차의 뒷모습을 따라간다. 그래, 거기다 떨어트린 것이 분명해. 차 안에 없다면 장례식장으로 다시 가야한다. 문인의 모친상에 문상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는데 동석했던 시인이 함께 가자고 했다.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며 사양했다. 그러나 비도 내리고 하니 꼭 모셔다드리고 싶다고 했다. 평소에 그분의 인품을 잘 알고 있던 터라 고마운 마음으로 차를 탔다.

일단 집으로 들어갔다. 회원 주소록에서 전화번호를 찾아 집전화로 전화를 했더니 차 안에 핸드폰이 있다고 했다. 참 다행이다. 아파트 위치를 확인하고 전화번호를 쪽지에 적어서 호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갔다. 비바람은 여전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빈 택시는 오지 않았다. 호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핸드폰이 없으니 난감했다. 아파트 입구 쪽에서 닭강정을 파는 아주머니한테 달려갔다. 사정을 말했더니 전화를 걸었다. 조금 있으면 택시가 올 거라며 이쪽으로 들어와서 비를 피하라고 했다. 웃는 모습이 천사의 얼굴이다.

잠시 후,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시간이 꽤 걸렸다. 기사님에게 사정 얘기를 했더니 전화번호를 불러달라고 했다. 전화통화가 되어 시간과 장소를 약속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얼마나 헤맸을지 모른다. 택시에서 내리니 반갑게 맞이한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소주라도 한 잔 하자고 했다. 나와 한 잔 하고 싶어서 핸드폰을 보내지 않고 기다렸다고 했다.

따끈한 국물과 두부 안주를 놓고 소주 한 잔 나누었다. 핸드폰을 받아들고 오면서 생각나는 것은 배려라는 단어였다. 몇 시간 사이에 세 사람에게 많은 배려를 받았다. 집에 오는 동안 차가운 비바람을 맞았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박진용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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