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블라디미르 푸틴을 키운 사람은 보리스 옐친이다. 1997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옐친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했던 푸틴을 행정실 1차장으로 발탁한다. 푸틴은 대통령 자산관리실 산하 통제위원장, 연방정보국 국장으로 승진했다. 99년에는 연방 총리가 됐고, 옐친이 사임하자 대통령 대행에 올랐으며, 이듬해 선거에서 제2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 뒤로 푸틴은 교묘하고 과감하게 정치기반을 다졌다. 2-3대 대통령을 지내고 대통령 연임금지 조항을 피하려, 자신의 심복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앉힌 뒤 2인자인 총리를 맡았다. 2012년 다시 대통령이 된 그는 개헌을 통해 2039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이번 대선에서 푸틴은 87.8%에 이르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2030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29년간 집권했던 이오시프 스탈린을 뛰어넘어 무려 30년간 정권을 쥐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모택동, 북한의 김일성,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쿠바의 카스트로, 이라크의 후세인과 같은 반열에 오르는 셈이다.

푸틴은 국내와 국외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서방세계에서는 푸틴을 독재자나 현대판 차르(황제), 전쟁 범죄자라 부르고, 히틀러를 빗대어 '푸틀러'라고 비난한다. 수많은 정적과 언론인을 숙청, 암살했고, 군대를 보내 체첸공화국과 우크라이나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2004년 베슬란 제1공립학교와 2006년 모스크바 극장의 인질사태 때는 무모한 진압 작전으로 수많은 시민을 희생시켰다.

이와달리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을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고르바초프와 옐친 시절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경제가 무너져 엄청난 고통을 겪었는데 이를 잘 수습했다는 것이다. 부정부패한 올리가리히(신흥재벌)를 숙청한 것도 좋게 평가한다. 체첸을 제압하고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빼앗은 것도 옛 소련의 강력함을 회복했다며 자랑스럽게 여긴다.

푸틴 앞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경제제재 등 험로가 놓여 있다. 어떤 식으로 이런 문제를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21세기 중국 황제 시진핑, 미국 차기 대통령과의 총성 없는 전쟁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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