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우편물 도착.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다. 전국 종합병원의 핵심 의료인력인 전공의 1만 1900여 명은 지난달 19일부터 집단 사직에 들어간 이후 한 달 가까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태는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국 의대 재학생들의 70%인 1만 3000여 명이 휴학계를 제출했고, 의대 교수들의 집단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정말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의대 2000명 증원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의대 교육이 파행으로 치닫고, 그러면 의사 배출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전국의 상급종합병원은 수용할 수 있는 환자 수가 감소하면서 병동을 통합하거나 병상을 축소하고 있다. 전공의의 집단 사직 이후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임의와 의대 교수들의 인내도 한계에 도달했다. 사태를 더 끌면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다.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158명을 상급 종합병원에 긴급 투입하고 있지만 전공의의 빈 공간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지방의 공보의가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의료 취약지역이 피해를 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진료지원(PA) 간호사를 제도화하거나 일부 시장을 비의료인에게 개방하는 문제도 직역 간 더 큰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도대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한 달 가까이 정부가 보인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면허 정지, 사법 처리, 업무복귀 명령, 진료유지 명령 등 엄포만 놓고 제대로 된 대화 한번 하지 않았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현장을 떠난 의사들도 문제이지만, 강공일변도로 사태를 키운 정부의 잘못도 크다.

윤석열 정부는 대책 없이 '의대 2000명 증원'을 던진 당사자다. '의료 개혁'을 말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의료 현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정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