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우석 세종취재본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부터 전국을 순회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있어 정치권이 시끄럽다.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며 지난 1월 경기 용인에서 시작된 토론회는 11일 강원도까지 19차례나 이어졌다.

지역과 주제도 다양하다. 용인 1차 토론회에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공매도 금지 정책을 들고 나왔고, 이후 수도권서만 10차례 토론회가 열렸다. 11차에선 부산을 시작으로 지방을 순회하기 시작했다. 대전에선 미래 과학과 R&D예산 지원을 강조했다. 충남 서산에선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국가산단 복합 클러스터 개발을 언급했다. 충남 지역 굵직한 현안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야당인 민주당은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발길은 아직 세종에 미치지 않고 있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분권을 위해 탄생한 '국가균형발전'의 상징 도시인 세종에서 말이다. 최근엔 아예 추진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어떻게 짓겠다는 원칙도 없이 세월만 흘러가고 있다. 계획됐던 규모는 대폭 줄고 시기마저 지연되고 있다. 사업규모는 4500억원에서 3000억원까지, 첫 구상 당시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지난달 예정됐던 연구용역 발표도 한달여가 지나도록 깜깜 무소식이다. 대통령이 공언했던 임기내 완공도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국회세종의사당' 역시 완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국정운영 중추도시의 위상을 감안한 '지방·행정법원' 설치도 21대 국회 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스마트 국가산단 등 국가가 밀어줄 사업들도 추진력 확보가 불투명하다. 단순히 지역 민원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국가 차원의 핵심 현안이 수두룩하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사업이 제자리란 점에서, 세종을 스쳐 지나가는 윤 대통령의 행보가 아쉽기만 하다.

'행정수도 완성'은 정부 의지가 필수적인 국가 어젠다 중 하나다. 전국 17개 시도 중 하나인 세종시 목소리만으론 벅찬 사업이 수두룩하다. 수도권 중심 기득권도 설득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강력한 추진력이 담보돼야 한다.

'선거 개입'(?) 논란은 차치하고, 세종이 민생토론회의 '첫 개최지'가 됐어야 했다는 게 지나친 욕심이 아니길 바랬다. 이젠 균형발전을 위한 파격적인 대책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마저 아이러니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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