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중국이 지난 2021년 놀랄만한 사교육 금지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학원에서 학교 교과 과목을 가르치지 못하게 하고, 영리 행위도 하지 못하게 했다.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도 막고 상장기업들의 사교육 분야 투자도 차단했다.

중국정부가 사교육을 전면 금지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저출산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중에서도 '저출산'이 사교육 금지의 핵심적 이유로 작용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엄청난 사교육비 때문에 출산을 기피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사교육 공화국'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학원비가 39만9375원으로 전년보다 10% 정도 늘었다.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손보고 대입 수능시험에 킬러 문항을 배제하는 등 힘을 썼지만 사교육비가 되려 증가한 것이다.

2022년 사교육 시장 규모는 26조원으로 사상 최대에 달했다. 올해도 의대 정원이 2000명이나 늘어나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대입 재수에 들어가는 등 사교육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 시장 확산의 결과는 쓰디쓰다.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이 비생산적인 곳에 허비되고, 부모는 자식의 과외비에 허리가 휜다. GDP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됐지만 삶의 질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부잣집 자식이 사교육을 받아 더 좋은 학벌과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사교육비 해결은 국가적 시대적 과제이다. 작금 우리시대 최대 현안은 인구 감소이고,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것은 사교육비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69년 중학교 평준화, 1974년에는 고교평준화 정책으로 과외를 차단했다. 1980년에는 모든 과외와 학원을 금지했으나 노태우 정부는 1989년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학비를 벌게한다며 과외를 다시 허용, 오늘날 세계 최악의 사교육 공화국에 이르렀다.

국민적 중지를 모아 사교육 시장을 크게 제한하든지, 누구나 사교육을 저렴하게 누릴 수 있게 하든지, 공교육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든지 확실하게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할 때다. 국난의 원인을 30년 넘게 계속 내버려둬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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