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옥 작가 제공
임민옥 작가 제공

7년째 연설문을 비롯해 축사, 건배사에 이르기까지 중앙부처 장관의 말과 글을 작성하고 정리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임민옥(46) 농림축산식품부 홍보담당관실 홍보전문연구원 얘기다. 그는 슬로건 등 핵심 메시지와 가치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언어의 마술사이자 연설·기고문 작가(Speechwriter)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선 중어중문학을 전공했지만 지난 15년여간 공중파 방송작가로 교양·시사·토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했던 특이한 이력도 갖고 있다.

그의 주변인들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주어진 업무를 세심하고 성실하게 수행하며 자신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 늘 배우고 연구하는 자세로 임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에게 방송작가와 부처 연설문 작성 중 어느 게 더 나은지(?) 묻자 "사람 냄새 나고 정이 넘쳐나는 홍보담당관실이 좋다"며 웃었다.

임 작가가 연설문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그의 경험도 한몫 했다. 그는 "TV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우리 농업·농촌, 동물과 자연 등이 글쓰기의 토대가 됐다"며 "그런 글쓰기 경력이 융합돼 농식품부 대변인실에서 장관의 연설문과 기고문 작성을 맡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특히 연설문 작성을 할 때 장관마다 모두 다르다고 전제하면서 '내 생각'을 내려놓고 무게감 있고 책임감 있게, 그러면서도 대상이 듣고 싶은 말을 써야 하는 부담감이 늘 고민이라고 했다.

임 작가는 "편하고 쉬운 글이 눈에 쏙 들어오겠지만, 구성작가 할 당시 눈에 띄는 말이나 글과 달리 덜어내는 작업을 수없이 많이 한다"면서 "그나마 그것도 현장에서 장관이 바뀐 글과 말을 사용하면 살짝 자괴감이 들 때도 아주 가끔 있다"고도 했다.

이어 "현 농식품부 장관(송미령)은 따뜻하고 우아하고 세련된 말과 글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라면서도 "따뜻함이란 측면에선 제가 부족하지만 그런 따스함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영록, 이개호, 김현수, 정황근 등 전 농식품부 장관을 아우르는 총 4권의 연설문집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 연설문집에는 각 장관의 재임기간 동안 국민과 농업인에게 전한 각종 메시지와 연설문, 기고, 인터뷰, 영상메시지 등이 담겨 있다.

임 작가는 지난 2018년 국어진흥정책의 성과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제9회 국어책임관 업무 우수사례에서 우수기관(농식품부)으로 선정돼 유공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2020년에는 농식품부 장관상도 수상한 바도 있다.

임 작가는 향후 계획에 대해 "처음부터 의도한 대로, 또 계획한대로 살아 온 건 아니지만, 그저 열심히 살다 보면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겠냐"고 겸손해 하면서 "큰 목표는 아니지만 제 쓰임과 역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루밖에 없는 하루를 잘 살자"는 대답 속에 그만의 삶의 철학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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