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본회의서 처리 안될 시 자동 폐기 가능성 커
2030년부터 저장시설 포화 시작…원전 업계 근심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수조시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을 처리할 21대 국회가 29일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종료되면서 법안이 폐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준위 방폐물 저장 시설이 6년 후 포화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영구처분시설을 구축할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원전 업계의 근심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28일 국회와 원전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쯤부터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내 원전 25기에서 이미 발생한 1만 8600톤의 폐기물을 포함하면 총 32기에서 나온 4만 4692톤을 처분해야 하는데도, 2030년부터는 임시 저장시설도 포화 상태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40년 넘게 원전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과 달리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수 있는 전용 처분장이 없어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야 모두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지만, 이견 대립이 계속되며 결국 마지막 처리 기한인 29일 임시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여당은 고준위 방폐장 수용 용량을 원전 '운영 기간 발생량'으로, 야당은 '설계 수명 기간 발생량'으로 하자며 대립하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이견 대립이 계속된다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에도 무산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부지 선정과 건설에 최장 37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과거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분하는 경주 방폐장도 법 제정부터 완공까지 10년이 소요된 바 있다.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대응하는 것은 물론, 원전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처리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대만에서도 저장 용량을 확보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원전 가동을 멈춘 전례가 있다.

추후 영구처분시설이 설치되면 원자력연구원 대전 본원에 보관 중인 3.3t 가량의 사용후핵연료 반출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연은 당초 지난해까지 외부에서 반입한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지역에 돌려보내기로 했지만, 지자체간 갈등 요소가 첨예해 제대로 된 협의도 하지 못했다. 기존 저장시설에 운반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만큼, 추후 영구처분시설이 완공된 후 반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탈원전·친원전과 무관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더 이상 건립 시기를 늦출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선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무한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핵발전소 지역 대책위와 탈핵시민행동 등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특별법이 통과되면 핵발전소 지역은 사실상 핵폐기장이 된다"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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