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장
이일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장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세계 5대 제조 강국으로 꼽히던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대만, 프랑스에 이어 7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분석한 세계제조업경쟁력지수(CIP)에서 2002년 11위에서 2020년 3위까지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평가에서는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전환 비중이 낮고 제조 공정의 디지털화와 탈탄소화 추세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제조업 혁신 경쟁력 약화는 결국 국가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기에 우려가 크다 할 수 있다. 국내 제조산업 경쟁력이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후발 주자에 따라잡힐까 걱정도 커지고 있다. 주력 제조업 강화와 첨단산업 육성이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여전히 관련 생태계가 혹한기 상태이다.

더군다나 노동시장 문제, 제조 인력 부족마저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한국 제조업의 고강도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제조산업의 혁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디지털 전환 및 자율제조 관점에서 힘(POWER)을 조어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P로서 '생산성(Productivity)' 향상이다. 제조업의 궁극적 목표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자원을 투입해 많은 양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혁신적 기술이 개발되고 현장에 신속하게 투입되어 사업화 돼야 한다.

두 번째 O는 '종합적인(Overall) 전주기' 관리와 통합이다. 제조업은 원자재부터 최종제품까지의 생산과정을 포함하는 복잡한 업종이다. 생산량, 재고, 공정관리, 품질관리, 납기관리, 에너지소비·탄소배출 등 다양한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제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 기술을 설계, 공급망, 물류와 제조까지 생애 전주기에 적용해야 한다. 제조업 특화 생성형 및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등의 개발도 준비해야 한다.

세 번째 W는 '확산(Widespread)'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고정밀 제어와 자율 로봇 기술의 다양한 제조 공정 분야 확산 적용이 필요하다. 자율제조 기술 개발에 있어서 인공지능 기술은 제품 및 작업 정보를 분석하는 설계작업지능을 비롯, 부품인지지능, 작업지능, 자율동작지능, 작업검증지능 등 다양한 타 산업분야 확산이 가능하다. 본 기술들은 아직 태동기인 서비스 로봇 시장의 기반 기술로 활용될 것이다.

E는 '효율성(Efficiency)'이다. 최근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과학·인공지능연구팀은 인간 노동자의 업무 중에서 23% 정도만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ICT 기술이 투입되는 경우에 단가상승의 요소로 반영될 수 있으므로, 시스템의 경제성 확보는 사업화 단계를 고려하여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R은 '적응 유연성(Resilience)'이다. 산업 및 서비스 로봇의 작업환경이 고정되고 통제된 정형의 환경에서 점차 동적, 불확실성을 갖는 비정형 환경으로 확장되고 있음에 주목하자. 이러한 환경에서 산업 로봇이 효과적으로 적응, 작동하도록 높은 수준의 일반화 성능의 확보를 위한 핵심적인 요소로써 임바디드 행동지능과 같은 기술들이 필요하다.

뇌 신경과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J. Sternberg)는 삼원지능이론에서 지능을 분석적 지능, 창의적 지능, 실천적 지능의 상호의존적인 과정의 집합으로 봤다. 현재 분석, 평가와 판단 중심의 분석적 지능 응용에서 협업과 행동지능 기반의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고 리더로 성장하려면 전통적인 강점을 가진 제조업에서 산업용 인공지능·디지털트윈·메타버스, 인공지능융합(AIoT) 기술에 대한 투자와 도전·혁신적인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일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장

이일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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