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민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강영민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특히 감기에 걸리기 쉽다. 불현듯 환절기엔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요새 몸살 기운이 있어 몇 주 동안 고생하면서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했는지 고문헌과 서적을 찾아보며 고민하는 가운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대 의약은 간편하고, 신속하게 환자를 치료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환절기면 내과를 방문해서 주사도 맞고 항생제나 신약 처방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것을 환절기마다 계속하다 보면 약물 내성 및 저항성이 생겨서 더 강한 약을 사용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한의학은 예방의약을 활용하여 큰 질병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고 막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렇게 봄이 가까운 환절기가 되면 목련이 떠오른다. 봄이 되면 늘 연구원 정문을 하얗게 밝혀주는 목련이 생각난다. 마침 우리 연구원이 위치하고 있는 대전광역시의 시화도 백목련이다. 국내에는 백목련, 일본목련, 목련 등 다양한 Magnolia속 식물이 분포하고 서식하고 있는데, 우리가 가장 흔히 보게 되는 목련이 백목련이다. 그 꽃봉오리의 모습이 붓과 같다고 하여 예로부터 목필화(木筆花)라 부르기도 했다.

또한, 중의학에서는 백목련을 그 색이 옥과 같다고 해서 옥란(玉蘭)이라고도 칭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백목련의 꽃봉오리는 한의학에서 신이(辛荑)라는 중요한 한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늦겨울부터 초봄까지 꽃이 아직 피지 않았을 때 채취해, 잔가지를 제거하고 그늘에서 말린 꽃봉오리를 약재로 활용한다. 백목련의 꽃봉오리를 활용한 약을 해표약(解表藥)이라 부르며, 겨울철 감기 등과 같이 추위로 인해 잘 발생하는 질병을 다스리는 데 사용해 왔다.

그렇다면 왜 백목련의 꽃봉오리로 약을 만들면 효과가 좋았을까? 아마도 백목련의 꽃봉오리에서 주로 추출되는 magnolin(마그놀린)과 같이 식물에서 자연 발생하는 플라보노이드 화합물 덕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해당 성분은 항염·항산화·항암 등에 효능이 있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백목련 추출물이 강력한 항산화 활성을 가지고 있어서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암세포 사멸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기억할 만하다. 뿐만아니라 최근에는 백목련 유래 한약성분이 유산균 발효 효과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및 비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가 보도됐다. 나아가 피부활성 효과도 있어, 화장품 미백 및 주름개선의 기능이 함유된 식물성 화장품에도 두루 사용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백목련같이 일상에서도 흔히 보이는 약재를 활용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켜왔다. 그리고, 그렇게 수천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온 한의약 정보를 동의보감이나 기타 의서에 기록했다. 단순히 문헌으로만 전해지는 기록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근거중심의약 기반으로 선조들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나주)에서는 한약재의 지표물질 및 유효성분에 대한 연구를 다수 진행하며 선조들의 지혜를 현대과학으로 풀어내고 있다. 앞으로도 한약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과학화, 표준화, 세계화를 위해 전통의학을 포함한 과학기술 R&D의 지속적인 투자가 유지된다면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더 효율적으로 지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강영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강영민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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