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없는 도넛에 초전도 자석으로 가둔 태양
토카막(TOKAMAK)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미래 에너지
태양을 만드는 사람들(나용수 지음 / 계단 / 344쪽 / 2만 8000원)

태양은 어떻게 빛을 내는가?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 비밀을 궁금해했다. 몇십 년, 몇백 년, 몇천 년 태양은 뜨겁게 반짝인다.

핵융합은 바로 꺼지지 않는 태양 에너지의 근원을 밝히는 데서 시작했다. 19세기 말 방사선이 등장하면서 원자의 문이 열렸고, 20세기 전반은 핵물리학과 양자역학의 전성기였다. 과학자들은 핵이 어떻게 쪼깨지는지 알게 되면서 핵이 하나둘 합쳐지는 과정에도 호기심을 보였다. 수소가 합쳐 헬륨이 되면서 줄어든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었고, 그 속에서 빛을 냈다.

이 비밀을 알게 된 사람들은 원자를 쪼개 원자폭탄을 만들었고, 원자를 합쳐 수소폭탄을 만들었다. 그리고 수소폭탄의 엄청난 에너지로 집과 공장에 불을 밝히고 싶어 했다. 소련의 과학자들이 인간의 손으로 만든 작은 태양을 자석에 가두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게 바로 '토카막'이다.

토카막은 강력한 자기력선 그물망을 이용해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두고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사람들은 곧바로 이 대단한 핵융합로를 마음대로 쓰고 싶었지만, 불안정성과 난류를 길들이기 쉽지 않았다.

작은 태양을 손에 넣기 위해 국제핵융합로(ITER)와 세계 각국, 젊은 스타트업들은 막연한 관심을 넘어 이제 서로가 앞다퉈 성과를 내놓고 있다. 2023년 핵융합산업협회의 서베이 자료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7조 원 이상이 이들 기업에 투자됐고, 곧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핵융합 연구를 시작한 지 채 50년이 되지 않은 우리나라도 지난 20여 년간간 실력 있는 연구자들과 꾸준한 투자로 초전도 핵융합로인 KSTAR를 만들어냈다. 지름 10m, 높이 6m의 4000억 원짜리 도넛형 토카막 핵융합 실험로가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완전 초전도 선재를 사용한 토카막 장치라는 데 의의가 있다.

저자는 이런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미래를 이 책에 담았다.

1부에서는 한스 베테와 함께 태양과 별이 밝게 빛나는 이유를 찾아 나서며 핵융합의 원리를 소개하고, 엔리코 페르미를 통해 맨해튼 프로젝트와 수소폭탄 개발에 얽힌 이야기를 펼친다. 2부에서는 실제 존재했던 구소련의 비밀연구소를 배경으로 '사고의 용광로'라는 가상의 프로젝트를 통해 핵융합 실현 장치인 토카막을 만들고 완성해 가는 과정을 정리했다.

이 밖에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 세계 주요 핵융합 연구소를 돌아보며 토카막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는가 하면,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에 앞서 풀어야 하는 난제들과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 역사를 되짚는다.

1995년 시작한 우리나라의 핵융합 도전이 이제는 상용화로 눈앞에 다가온 지금, 이 책은 곧 시작될 '퓨전의 시대'를 먼저 보여주고 안내하는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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