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한 중구청장 '무소속' 출마지만… "선거 후 국힘 입당"
與 상징 빨간색 점퍼로 선거운동… 野 "얄팍한 정치 술수"

15일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 중구청장 재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동한 전 대전 중구 부구청장. 정민지 기자

대전 중구청장 재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동한 전 대전 중구 부구청장의 행보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무소속 출마를 채비하면서도 '대전의 한동훈'을 표방하고, 선거 후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도 공고히 했다.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귀책사유 시 재·보궐선거는 '무공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번 중구청장 재선거는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낙마해 치러지는 만큼, 여당에서는 중구청장 재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그럼에도 사실상 국민의힘 후보로 비춰지는 이 전 부구청장의 행보에 '꼼수 출마'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 전 부구청장은 15일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구가 발전 동력을 잃어버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다시 대전의 중심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며 중구청장 재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앞서 이 전 부구청장은 지난 1월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출마하지 않는다"고 출마설에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여 뒤인 이달 1일 명예퇴직원을 제출, 출마 사실을 인정했다.

여기에 출마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출마를 고민했다"고 언급하면서도, 지난달 15일 세워진 국민의힘 '무공천' 원칙을 두고 "무공천 방침이 발표되고 심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극복했고, 무소속이라도 충분히 승산 있다고 판단해 출마하게 됐다"고 했다.

이동한 전 대전 중구 부구청장 선거운동 모습. 이동한 전 대전 중구 부구청장 페이스북 캡처

명예퇴직 신청 후 이은권 국민의힘 대전 중구 국회의원 예비후보 개소식에 참석해 피켓을 들었던 점, 국민의힘 고유 색상인 빨간색 점퍼를 입거나 빨간색 목도리를 매고 선거운동을 하는 점 등을 이유로 국민의힘 '무공천' 방침이 사실상 헛구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이 전 부구청장의 공식 출마 선언 직후 날선 비판을 담은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 시당은 논평에서 "이 후보의 정치적 행보는 마치 소비자를 속이기 위해 포장만 바꿔 판매하는 포대갈이 수법"이라며 "국민의힘 후보인 듯,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사실상 국민의힘 후보를 표방하는 것은 꼼수이고 얄팍한 정치술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전 부구청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전의 한동훈'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유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혁신과 변화 이미지가 제 콘셉트와 맞아 그 모습 대로 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꼼수 출마'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감수할 수 있는 건 감수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고자 하는 정책과 비전을 그대로 끌고 가겠다"고 부인했다.

이 전 부구청장은 '이장우 시장 등 주변으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았나'라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중구에서 공무원을 시작했고 오래 살았고 중·고교도 중구에서 나왔다"며 "정치에 대한 생각이 없었지만 (부구청장으로) 와서 보니 중구 현실이 많이 어려웠다. 위기가 기회라 생각했고, 이 기회를 잘 살리면 대전 일류경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중구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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