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하루 종일 대화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온라인으로 먹거리와 생수, 화장지 따위를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집앞에 놓인다. 핸드폰으로 치킨이나 자장면, 피자, 떡볶이 등의 음식도 시켜먹을 수 있다. 음식점에 가서도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로봇이 식탁까지 날라다 준다. 찌개는 무인점포에서 밀키트를 사다 끓여 먹으면 된다.

무인화(無人化)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 조선, 건설업계에 단순노동은 많은 부분이 로봇으로 교체됐다. 인간이 꺼려하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업은 물론 난이도가 제법 높은 일까지 대신한다. 의료 현장에는 로봇수술까지 등장했다.

마냥 좋은 줄만 알았던 무인화가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충청권 4개 시도의 판매 부문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만4000명이나 줄었다고 한다. 5년 동안 충남은 2019년 11만4000명에서 지난해 8만6000명으로 24.5%, 대전도 9만1000명에서 8만 명으로 12%가 줄었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과 무인화 거래가 많아진 탓이다.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서,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무인화, 자동화, 로봇화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의 출현을 예고한다.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직종이 줄어들고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소수의 돈 많은 자본가와 다수의 일자리 없는 빈곤층으로 양극화될 것이다. 개인의 사회화도 생략되고, 단절과 고립이 일상화될 것이다.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지능(AI)이 은행원, 교사, 의사, 판사, 기자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추상적인 것들을 만들어 소통하고 공감하는 인지능력, 농업혁명을 통한 개체수 증가, 이념과 종교 등을 통한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 덕분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4차산업시대 인류는 과학기술을 극한으로 몰아붙여 인간 자체를 복제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전쟁과 정치까지 좌우하고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다. 인류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 기대와 두려움이 함께 엄습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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