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전기자동차의 역사는 꽤 길다. 1824년 헝가리의 아니오스 예들리크가 소형 전기차 모형을 내놓았고, 1881년 프랑스 발명가 귀스타브 트루베가 충전식 전기차를 개발했다. 1899년에는 벨기에 발명가가 시속 100km가 넘는 전기차를 내놓았다.

그러나 초기 전기차는 충전시간이 느리고 배터리의 중량이 무거운 데다 주행거리도 짧았다. 1886년 카를 벤츠가 휘발유 자동차를 개발하고 1908년부터 포드에서 내연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면서 전기차는 자취를 감춘다. 원유가 많이 나와 기름 값이 싸지고 내연차의 가격도 크게 낮아졌던 것이다.

전기차가 승용차의 주류로 진입한 것은 테슬라 덕분이다. 경제계의 이단아였던 일론 머스크는 2008년에 로드스터, 2012년 모델S, 2015년 모델X, 2017년 모델3, 2020년 모델Y을 잇따라 출시하면 자동차 업계에 지각 변동을 몰고 왔다. 배터리의 충전시간을 단축시키고, 무게를 줄였으며, 주행거리를 늘렸다.

테슬라의 모델3을 계기로 전기차는 승용차의 주류로 떠올랐다. 대기오염에 골머리를 앓던 인류의 미래를 주도할 친환경차로 다가왔다. 배터리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첨단 IT기술까지 장착하면서 내연차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내연차만 생산했던 기존의 자동차회사들도 전기차에 뛰어들었다. 각국 정부는 지원금으로 전기차 보급을 장려했다.

요즘 전기자동차가 고비를 맞았다. 소비자들이 충전 시간과 충전 시설 부족에 불편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끄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안정성도 취약하다. 내연차보다 가격도 훨씬 비싸다.

전기차 판매도 급감했다. 신차는 물론 중고차도 찾는 소비자가 없다고 한다. 세계 최고 전기차회사인 테슬라의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지난 25일 하룻만에 주가가 12%나 폭락했다. 국내 자동차회사들도 전기차가 안 팔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차가 미래의 자동차임이 분명하지만 단점이 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고 가격도 낮춰야 한다. 무엇보다 화재시 생명을 위협하는 배터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끝없는 연구개발로 위기를 극복해온 자동차업계의 분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