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우리나라 시장의 역사는 매우 길다. 기록에 등장하는 최초의 시장은 신라 소지왕 12년(490년)에 개설된 '경시(京市)'이다. 그러나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재물을 교환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처음에는 물물교환 형태로 시장이 형성됐고, 곡물이나 비단, 베 같은 것을 매개로 거래가 이뤄졌으며, 나중에는 화폐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

시장은 단순하게 상품을 사고 파는데 그치지 않았다. 이웃과 친지를 만나 정보와 소식을 주고받는 소통과 교류의 공간이었으며 곡예(서커스)와 씨름 등이 펼쳐지는 유희와 축제의 장이었다.

전통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든 것은 대략 1970년대부터이다. 동네마다 가게가 등장하고 규모를 갖춘 슈퍼마켓과 백화점도 생겨났다. 시장이 개방되면서 대형할인점이 등장했고 골목마다 편의점이 들어섰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쇼핑은 전통시장을 존폐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정부가 특별법까지 제정하여 전통시장을 돕고 있지만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점포 공실률이 급증하고, 종사자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23년 현재 전국 전통시장은 1409개이고, 충청권에도 대전 28, 세종 4, 충남 69, 충북 59개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화재가 발생, 227개의 점포가 불에 탔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수백명의 상인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추위까지 심해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대통령까지 현장을 방문했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은 아직 어렇다할 게 없다. 특별교부세 20억원 지원이 전부이다.

서천특화시장 화재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사회적 재난으로 볼 수도 있다. 우선 장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임시건축물을 건축하고, 추후 새롭게 시장을 짓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최근 우발채무가 2조원이 넘는 건설사 하나를 살리기 위해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막으려고 85조원의 자금까지 마련해두고 있다. 과욕을 부리다 파탄에 이른 건설사들을 구제하는 것보다 서천 시장상인의 생계와 재활을 돕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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