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밝혀낸 인간과 동물의 불편한 반려 생활
'반려동물을 위한 법' 혹은 '사람을 위한 법'
반려 변론 (이장원 지음 / 공존 / 336쪽 / 2만 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반려동물 인구가 늘기 시작하더니,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600만여 가구 1300만 명을 넘어섰다.

반려견과 반려묘가 800만 마리에 달하는 등 반려동물 숫자도 크게 증가했다. 이제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용 동물의 수준을 넘어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여겨진다. 이런 경향에 제도도 변하기 시작, 지난 10여 년간 동물보호법은 여러 차례 개정됐고, 올 1월에는 '개 식용 금지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다만 전 국민 85%이 이상이 공동 주거 공간에 살며, 동물에 대한 호불호와 인식에도 차이가 있어 반려동물 관련 사건이나 사고,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해마다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나타나면서, 사회 문제와 생태·환경적 측면에서도 문제를 보인다.

법적으로 동물은 여전히 하나의 물건, 소유물로 치부되고 수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법리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저자는 이 복잡한 실타래를 국내외 실제 사건과 판례를 통해 하나씩 논리적으로 풀어나간다.

동물을 위한 법은 과연 존재할까? '동물판 N번방 사건'이나 '경의선 길고양이 자두 사건'처럼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한 사람에게 내려진 가벼운 처벌을 볼 때, 동물을 위한 법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동물 학대나 개물림 사고처럼 형사적 판단이 내려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동물에 대한 죄를 벌하는 기준과 사람에 대한 죄를 벌하는 기준이 왜, 어떻게 다른지, 반려동물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경우 소유주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을 풀어 설명한다.

현대의 많은 이론가와 활동가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여온 동물권이나 동물 복지에 대해 논하기보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문제 해결 실마리를 도출한다. 일례로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되는 동물 학대 행위 유명에 대해 저자는 "포괄적 처벌 조항을 둘 수도 있지만 동물에 대한 국민 인식 차이가 큰 만큼 지금의 열거 방식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제각각인 사건과 판례, 주제에서 독자들이 공감하고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다.

이 책은 반려동물에 대한 마음과 경험을 나누는 동시에 법적으론 물건이고, 죽으면 폐기물인 반려동물의 현실을 법 입장에서 풀어냈다. 특히 사람에게 인정되는 초상권과 유산 상속, 위자료, 의료 사고 손해배상 같은 법적 개념을 동물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아직은 불명확한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반려동물 양육 문화, 반려동물과 반려인, 비반려인의 조화로운 공존을 만들어낸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