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예멘의 후티 반군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예멘 서쪽 홍해에서 세계 각국의 선박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홍해는 수에즈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길목이다. 후티 반군은 20여 차례 미국과 그리스 등의 배를 공격하고 나포했다. 미국이 항모를 배치하고 지상기지를 폭격했지만, 후티측은 보복을 천명하는 등 그만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이고 정치세력이다. 1990년대부터 후세인 알후티를 중심으로 종교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온건하게 반정부 활동을 벌였으나 2004년부터 무장투쟁을 시작했다. 2011년 아랍의 봄 때 만수르 하디의 과도정부에 참여했고, 2014년 유가 인상을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궁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후티는 현재 사다를 중심으로 예멘의 북부를 장악한 채 의회와 정부, 군사조직을 구성하는 등 준국가체제를 갖췄다. 하디 대통령은 남부의 옛수도인 아덴으로 피란하여 자신이 합법적인 정부라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하디를 합법정부로, 후티세력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문제는 후티세력이 군사력도 강하고 주요지역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어나자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하며 홍해에서 테러를 벌이고 있다.

홍해는 세계 해운 운송량의 15%,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이상이 지나는 길목이다. 후티의 공격이 계속되자 선박들이 남아공의 희망봉으로 멀리 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화물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유가와 원자재값 인상을 우려하는 등 국제사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홍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영국과 프랑스 등 10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함대를 운영한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대책회의를 갖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전에도 후티 반군은 우리 기술진이 건설 중인 UAE의 원전과 한국 건설사들이 진출해 있는 사우디의 자잔 경제도시를 공격한 바 있다. 특히 홍해를 운항하는 우리 선박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측불가능한 비상상황을 염두에 두고 빈틈 없이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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