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들썩이게 만드는 힘 '박자'
미묘한 밀링과 당김이 만들어내는 마법
음악, 밀당의 기술(이미경 지음 / 곰출판 / 264쪽 / 1만 7000원)

우리나라가 모두 박에 강력하게 빠져든 순간이 있다. 지난 2002년 6월, 온 나라가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 단순하지만 강력했던 박은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사실 우리는 월드컵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매번 박자를 느끼고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흥겨운 비트와 리듬을 즐길 때면 가슴이 뛴다. 바로 이 두근거림이 '박'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박을 갖고 태어난다. 박자를 느끼고, 규칙적인 박을 선호한다.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바로 박에 맞춰 행동을 제어할 수는 없다. 박에 기초한 행동은 문화로부터 배우고 훈련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언어가 다르듯 박자도 달라서 문화에 따라 박자를 타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이후 훈련을 통해 '박 세는 능력'을 사용하게 된다.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나 다른 사람과의 앙상블을 즐길 때 고개를 흔들거나 발끝을 까닥거리는 것도 이런 거다.

인간의 생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박임에도 음악은 박을 등한시해 왔다. 흔히 아는 음악의 3요소에도 박은 빠져있다. 음악의 3요소는 멜로디와 리듬, 하모니다. 사람이 음악을 기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멜로디로 음의 흐름이나 음향의 형태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엘리제를 위하여'가 있다. 리듬은 음의 장단과 강약을 나타내는 것으로, 멜로디 진행에 길고 짧음, 강하고 약한 것을 보여준다. 하모니는 일정한 법칙에 따른 화음의 연결로 다른 소리와의 어우러짐을 다룬다.

음악은 박자를 통해 시간과 울림을 공유하고, 리듬을 통해 선율과 이야기를 전한다. 이를 알고 이용하는 사람이 음악가고 연주자다. 이들의 시간은 정박으로 흐르지 않는다. '잘하는 연주자'는 메트로놈의 깔딱거림에 맞춰 정확하게 연주하는 게 아닌 정박과 엇박자 사이에서 미세하게 당기고 밀어낸다.

박은 다른 음악적 요소들과 비교할 때 시간적 질서와 공감의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 그 음악을 듣고 즐기는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박이다. 그게 박이 가진 원초적인 힘이다. 저자는 동요에서부터 클래식, 국악과 재즈, K팝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구현하는 박을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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