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 소개

안규철 '두 대의 자전거'

안규철 작가(1955-)는 한국미술계의 개념미술 전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로, 1970년대 한국적 모더니즘과 1980년대 민중미술의 한계에서 탈피해 작품의 경향이 개별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새로운 흐름을 연 작가로 언급된다. 서울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기성 미술계의 틀에 정주하기보다 새로운 미술을 꾸준히 실험해 왔고, 특별히 독일 유학 시 유럽 미술계의 탈 장르적 실험들에서 물질적 형태로서의 조각이 아닌 사유하게 하는 조각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며 1990년대 초부터 일상적인 사물과 언어를 통한 작업을 펼쳐왔다. 1995년 귀국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비롯한 약 15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국내외 유수의 기획전과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199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종합예술학교 미술원 교수로 재직했다.

수수께끼 같은 안규철 작가의 작업 앞에서 우리는 물음표를 떠올리곤 한다. 작가가 의도한 바대로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하지 않았던 질문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두 대의 자전거(2014)'는 평범한 두 대의 기성 자전거를 반으로 절단해 손잡이 부분끼리, 안장 부분끼리 접합해 이동 수단으로서의 본래 기능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오브제이다. 도대체 왜 멀쩡한 새 자전거를 굳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도록 변형시켰을까? 작가는 세월호 사건 직후 본 작업을 진행하면서 빠른 성장을 통해 잘 살게 되면 행복할 것이라 여겼던 믿음을 돌아보고, 우리의 진보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애초에 이동이 불가능한 이 자전거는 실상 그 가능성부터 차단돼 있는 현대사회의 모순적 구조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꿈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합리적인 현실 세계에서 탈주한 듯 보이는 안규철 작가의 오브제들은 현 사회가 말하지 않고 있는 것, 눈앞의 현실에 가려진 삶의 다른 가능성들을 환기하며 지금 우리의 삶과 현실이 어떠한지 생각해 보게 한다.

빈안나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빈안나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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