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 역사가 오랜 토착 과실 중의 하나이다. 국내에서는 6500만년 전부터 170만년 전까지의 신생대 제3기 지층에서 화석이 나왔다고 한다. 사과와 배, 참외 등과 함께 옛 기록에도 자주 등장한다. 조선시대 <규합총서>나 <진연의궤> 등에는 예물이나 선물, 제물로 쓰였다는 내용이 전한다. 지금은 바나나와 오렌지 등 온갖 과일이 넘쳐나지만, 과거에는 이 땅에서 생산되는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감이 제물이나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쓰였던 것이다.

감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도 많이 남아있다.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설화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까치밥'도 우리 정서와 맞닿아있다. 늦가을 감을 수확하면서 까치가 먹으라고 감나무에 서너 개 남겨두는 게 까치밥이다. 인간이 날짐승을 배려하는 공존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감을 깎아 말린 것이 곶감이다. 감은 크게 단감과 떫은 감으로 나눌 수 있다, 단감은 떫지 않아 수확하면 그대로 먹을 수 있지만 떫은 감은 가공과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농가에서는 가을철 떫은 생감을 따서 곶감을 만든다. 감 껍질을 얇게 벗긴 뒤 나무 꼬챙이에 꿰어 햇볕이 잘 드는 그늘에 말리면 물기가 빠져나가 꼬들꼬들한 먹거리로 변한다. 이것을 밀폐된 상자나 항아리에 넣어 더 말리면 거무스름한 곶감이 된다.

곶감의 고장 충북 영동에서 19일부터 곶감축제가 열린다.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곶감을 팔고, 각종 전통놀이와 공연도 펼친다고 한다. 영동은 상주, 함안, 완주, 청도 등과 함께 곶감 명산지로 이름이 높다.

곶감은 주전부리가 변변치 않던 시절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그냥 생으로 먹기도 하고, 수정과를 만드는 데도 사용했다. 비타민C가 레몬보다 1.5배나 많아 1일 섭취량으로 부족함이 없다. 비타민 A가 많아 눈 건강에 좋다. 가래와 기침 해소에도 좋고, 탄닌 성분은 위의 열독을 제거하고, 숙취와 설사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겨울철에 열리는 지역축제가 많지 않다. 영동 곶감 축제장을 찾아 명품곶감을 맛보고 지역경제를 살리는데도 도움을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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