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예외 없이 배의 조타기를 운전하며 휘파람을 부는 미키 마우스로 시작한다. 1928년 제작한 디즈니의 단편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의 한 장면으로 이 쥐는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미키 마우스였다.

'증기선 윌리'의 미키 마우스 원본 버전이 2024년 1월 1일부터 공공 재산이 됐다. 저작권 보호 기간 95년이 만료돼 이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개 도메인으로 전환한 것이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저작권 만료는) '증기선 윌리'가 디즈니의 허가 없이 공개될 수도 있고, 심지어 제 3자에게 재판매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또한 누구나 원본 미키를 응용해 다양한 스토리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만료되는 저작권은 원본 미키 마우스에 해당할 뿐 오늘날 익숙한 빨간 반바지를 입고, 노란 구두를 신은 다정한 표정의 미키는 아니다. 

그동안 디즈니는 저작권 보호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1970년 저작권법 제정 초기 14년이었던 보호 기간을 95년으로 확장한 것도 결과적으로 디즈니의 업적이다. 따라서 보호 기간이 점차 늘어나는 저작권법을 '미키 마우스 보호법'이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심지어 저작권과 관련, "무인도에 표류하면 미키 마우스를 그려라. 디즈니가 소송을 위해 찾아올 것"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이다. 실제로 디즈니는 1989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어린이집에 승인되지 않은 미키 마우스 벽화를 제거하도록 했고, 곰돌이 푸를 어린이 묘비에 새기는 것 또한 디즈니 저작권 침해로 간주해 대응했다.  

특히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2007년, 저작권 소멸 시효가 다가온 '증기선 윌리' 의 휘파람 부는 미키 마우스를 로고에 통합함으로서 초기 미키의 정통성이 디즈니에 있음을 확고히 했다.  

또한 디즈니는 미키마우스의 '증기선 윌리' 버전을 포함해 자사 캐릭터에 대한 모든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어 만료되는 저작권과는 달리 거의 '영원히' 출처와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초기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 만료되자 의외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난 곰돌이 푸를 살인마로 내세운 '곰돌이 푸:피와 꿀'(2023)이라는 영화가 제작된 것처럼 미키 마우스를 잔뜩 일그러뜨려 사람들을 상대로 죽음의 게임을 하는 '미키스 마우스 트랩'이라는 공포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또한 공포 비디오 게임 '인터스테이션:오리진'도 출시됐다. 

디즈니는 성명을 통해 "1928년 단편 영화 '증기선 윌리'에 미키 마우스가 처음 등장한 이후 사람들은 이 캐릭터를 디즈니의 스토리, 경험, 정통 제품과 연관 지어 왔다"며 "우리는 저작권이 적용되는 최신 버전의 미키 마우스 및 기타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계속 보호할 것이며 미키 마우스 및 기타 저작물의 무단 사용으로 인한 소비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향후 10년간 공공 도메인으로 전환할 캐릭터는 뽀빠이, 플루토, 도널드 덕, 킹콩(원작 영화 버전), 슈퍼맨, 제임스 본드, 배트맨, 캡틴 마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