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로 예상했던 선거구도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양강 체제에 변수로 떠오른 인물이 공화당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이다. 여성 후보인 헤일리는 최근 1대1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42.9%를 차지, 39.4%인 바이든을 3.5% 포인트 앞섰다. 트럼프 대 바이든은 45.3% 대 43.4%로 차이가 1.9% 포인트에 불과하다. 헤일리가 트럼프보다 본선 경쟁력이 우세한 것이다.

내년 1월 시작되는 공화당 당내 경선도 요동치고 있다. 당원끼리 치르는 아이오와주 코커스 여론조사에서 헤일리는 10.8%를 얻어 트럼프 등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 여름 2-3% 대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이다. 공화당원과 무당파가 참여하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여론조사에서는 헤일리가 트럼프를 오차범위 안으로 따라잡았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트럼프는 헤일리를 '새대가리'라고 조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통령직 제안을 검토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헤일리는 인도 출신 이민자의 후손이다. 1972년생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을 지냈고, 2010년 미국 역사상 최연소 나이로 주지사에 당선됐다. 트럼프 때는 유엔대사를 역임했다.

공화당에서 헤일리가 급부상한 것은 당원들이 트럼프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하고, 과격하고, 선동적인 성격이 불안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21년 지지자들을 선동하여 국회에 난입하게 했고, 최근에는 군사 예산으로 이민서류 미비자들을 수용소에 가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해 헤일리는 일관되게 온건, 합리적인 자세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해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헤일리가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그녀의 경제·외교·안보·환경 정책이 바이든이나 트럼프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 11월 초까지 북한·중국과의 외교안보, 전기차·반도체의 무역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다. 미국 대선의 당내 경선까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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