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SNS에 올렸다 삭제한 영상의 한 장면. 사진=주한이스라엘대사관 제공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하마스의 한국 침공을 그린 가상 영상을 만들어 공개했다가 몰매를 맞았다.

이스라엘대사관은 지난 26일 각종 SNS에 자체 제작한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상상해보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은 서울을 배경으로 크리스마스 당일 테러가 발생한 상황을 담고 있다.

영상 속 엄마와 어린 딸은 학교 학예회 도중 공습경보를 듣고 대피한다. 그러나 건물에 폭탄이 떨어져 엄마는 부상을 입고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무장 괴한에 의해 납치된다. 엄마가 아이를 찾지만 아이가 꼈던 빨간 장갑만 바닥에 떨어져 있다.

영상 말미에는 '여러분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상상해보세요'라는 제목이 뜬다. 또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 국민이 입은 피해 상황이 나열된다.

대사관 측은 "성탄절에 일어난 테러 공격을 담은 이 영상은 이스라엘인의 심정을 한국 국민에게 더 잘 전달하려는 의도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영상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이 잇따랐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을 정당화하고자 우리나라의 안보를 소재로 영상을 만든 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대사관은 지난 27일 이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살상과 납치는 정당화될 수 없으나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이를 타국 안보 상황에 빗대어 영상을 제작·배포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면서 "이러한 우리 입장을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 전달했으며 이스라엘 측은 해당 동영상을 삭제 조치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SNS에 올렸다 삭제한 영상의 한 장면. 사진=주한이스라엘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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