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대한민국은 산이 많은 산림국가이다. 산업단지와 주택단지를 조성하고 도로를 개설하는 등 갈수록 산림이 줄어들고 있지만 2020년 기준으로 전체 국토 면적의 62.6%나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핀란드·스웨덴·일본에 이어 네번째로 산림의 비중이 높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산을 지키고 숲을 가꾸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고려 때부터 금산제도를 둬 주요 산림을 보호했다. 금산(禁山)은 국가에서 필요한 목재를 확보하기 위해 목재 채취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은 초기부터 한양 도성 안팎에 금산을 지정했으며, 세조 때는 민간의 소나무 남벌을 금지하는 금송(禁松) 정책을 도입했다.

이런 정책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유명무실해진다. 정치 사회적 혼란을 틈타 권세가들이 산림을 사유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간도 화전을 일구고 몰래 나무를 베어 집을 짓거나 땔감으로 사용했다. 지금처럼 철근 콘크리트로 집을 지을 수도 없고, 가스나 전기로 밥을 짓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산이 울창해진 것은 1970년대 이후의 노력 덕분이다. 산림법이 제정되고 산림청이 설립됐으며 대대적인 녹화사업이 벌어졌다. 봄마다 전 국민이 산에 올라 나무를 심고, 송충이 잡기 캠페인에 참여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단기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했다.

산림청이 최근 국가산림문화자산 11개를 신규 지정했다. 충남 금산 진산의 유성준 기념비, 제주 봉개의 최고령 왕벚나무 등이다. 유성준 기념비는 일제 강점기 때 나무를 심고 가꿨던 독림가 유성준을 기리는 비석이다.

국가산림문화자산은 문화적으로 가치가 큰 숲과 나무, 자연물, 각종 기록 등을 지정, 관리하는 제도이다. 이번에 지정된 것까지 모두 96건에 이른다. 충청권에서는 대전 장태산 메타세콰이어 숲, 안면도 소나무숲을 비롯 청주 포플러 장학 관련 기록 등이 지정돼 있다. 숲과 나무는 물론 산림에 관한 기록이나 자료도 포함돼 있다.

국가산림문화자산은 산림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가까운 곳에 이런 게 있다는 점이 매우 자랑스럽다. 훼손 파괴되지 않도록 잘 보존 관리하여 후대에 넘겨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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