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곰은 우리 민족의 뿌리와 같은 존재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먼 옛날 환인의 아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결혼한 상대가 곰(웅녀)이다. 곰이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인간으로 거듭나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을 낳았다는 것이다.

가까운 충남 공주에도 곰 이야기가 전한다. 연미산 동굴의 암곰이 인간과 사이에서 새끼를 낳았는데 남편이 떠나가자 울부짖다가 새끼들과 물에 빠져 죽었다는 것이다. 그 남편이 떠나간 곳이 고마나루(곰나루)로 공주의 옛 지명인 웅진이다.

우리 조상인 곰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 수난을 당하고 있다. 농가에서 곰을 사육하여 쓸개(웅담)를 채취하는 게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엊그제 충남 당진에서 곰 1마리가 사살당했다. 농장을 탈출했다가 죽음을 당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1981년부터 수출용으로 곰을 수입하여 사육, 수출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 여론이 나빠지자 수입을 금지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고 93년부터는 수출도 막았다.

정부가 곰 사육을 줄이기 위해 도축을 허용하고, 새끼를 낳지 못하도록 중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근절하지는 못하고 있다. 곰의 수명이 30여년이나 돼 지금까지 생존하는 개체가 있고, 농가는 돈벌이 때문에 선뜻 사육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웅담의 효능을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지방 성분을 소화시키는데 조금 도움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의학계에서 이미 UDCA를 합성, 생산하기 때문에 굳이 쓸개를 먹을 필요가 없다. 중국이나 북한에서 흘러나오는 웅담의 대부분이 돼지쓸개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는 곰 사육을 조속히 종식시켜야 한다. 당초 약속대로 2026년부터 곰 사육을 전면 중단하도록 사육 두수를 적극 줄여나가야 한다. 또한 국회는 야생동물법 개정안을 처리하여 곰 사육 및 웅담 채취 금지, 잔여 곰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OECD에 가입한 선진국이 300여 마리 곰 사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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