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음대 출신 위주…유학 단원도 포함
'기대 이상' 평에 젊고 열정적인 연주 선보여
대전시민교향악단 음악감독 및 상임 지휘자 박대진 교수 인터뷰

박대진 교수는 "대전시민교향악단은 실력 있는 젊은 음악 전공자들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게 희망을 주는 전국 최초의 오케스트라"라며 급격히 줄어드는 클래식 음악 인구를 지키기 위한 시민교향악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진=김영태 기자
박대진 교수는 "대전시민교향악단은 실력 있는 젊은 음악 전공자들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게 희망을 주는 전국 최초의 오케스트라"라며 급격히 줄어드는 클래식 음악 인구를 지키기 위한 시민교향악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진=김영태 기자

한국에서 젊은 음악가들에겐 길이 많지 않다. 전국의 수많은 공연장에서 매일같이 연주회가 열리지만, 수익을 낼 정도의 공연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게다가 음악 전공은 대게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비싼 악기 비용과 교습비, 무대 경험을 위한 콩쿠르 응시비, 유학 경비 등이 그렇다. 어렵게 음악대학에 입학하지만, 입학과 동시에 음악을 놓아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지난 6월 창단한 '대전시민교향악단'은 지역의 젊은 음악가들에게 1년간 연주 무대의 기회를 제공한다.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신선한 발상이다. 음악감독이자 상임 지휘자인 박대진 교수(목원대)를 만나보았다. 

 

-초대 음악감독이자 상임 지휘자로 막중한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대전시민교향악단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저는 대전 출신으로 서울, 외국 등지에서 연주자 활동을 했고, 6년 전 대전으로 돌아왔습니다. 대전도 여느 지역과 같이 클래식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예술로서 음악을 활성화하기 위해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이장우 대전시장님께서 "음악 전공자들은 외국 유학을 다녀오고, 실력은 뛰어난데, 자리가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교향악단 창단 계획을 밝히셨습니다. 이후 일정이 매우 신속하게 추진돼 단원 선발과 동시에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대전시에는 '대전시향'이 있어서 아마추어 악단으로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단원으로 선발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요. 

대전 출신, 대전 거주 음악가들로 선발된 전문 연주단체입니다. 대전에 있는 음대를 나왔거나 대전에 거주하는 음악 전공자 중 만 39세 이하인 분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젊고 유능하며 심지어 유학까지 다녀온 단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단원 평균 연령은 31세이고, 출신 학교는 충남대, 목원대 음대 순으로 많고, 유학파를 비롯해 서울 소재 학교 졸업자도 10명이 넘습니다.

 

-창단한 지 약 6개월이 지났습니다. 교향악단의 기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또 단원들의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창단 연주 때부터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시민'이라는 단어가 아마추어 같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더 적합한 이름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연주자들은 공적으로 운영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오케스트라에 소속돼 안정적인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처음 리허설 때부터 단원들 그동안 연주와 무대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해인데 많은 활동을 펼쳤습니다. 대전예술의전당 20주년 개관공연, 대전 0시 축제 야외 공연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행사가 가장 보람 있었나요.

가장 좋았던 공연은 초등학교를 찾아가는 연주입니다.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어 각인시켜주고 싶었습니다. 연주회장을 가기 쉽지 않은 아이들에게 클래식은 쉽고 들으면 아는 음악이라는 점을 알려줍니다. 마림바나 더블 베이스 협연으로 기획해서 평소 보기 드물지만 신나는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줄어드는 클래식 음악 인구를 확보한다는 면에서 중요한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교향악단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지금까지는 솔직히 학생들에게 열심히만 하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저 대학 졸업해서 음악 안 할건데요"라고 하면 사실 할 말이 없었죠. 취업률 등이 대학 평가에 적용되면서 음대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시민교향악단이 창단하면서 졸업 후 음악을 관두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아직은 50명 수준이고 급여 수준은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교향악단 연주 외에 개인 교습이나 다른 단체 공연도 가능합니다. 특히 내년에는 80명으로 증원할 계획이어서 젊은 음악가들에게는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됩니다.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대전시민교향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대전시민교향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대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형태의 젊은 교향악단입니다. 바라는 점이 있나요.

대전시민교향악단과 같은 시도가 전국적으로 유행했으면 합니다. 작은 시작이지만, 시향의 상비군 역할을 하거나, 또는 시향이 미처 손대지 못한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젊고 열정 있고 에너지가 있는 교향악단이 지역마다 생겼으면 합니다. 또 음대생들에게는 대학을 졸업하고 무언가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으면 합니다. 

 

박대진 지휘자는
박대진 지휘자

바순으로 음악을 시작한 박 지휘자는 유학 중 지휘 공부도 병행해 박사 과정까지 밟았다. 

대전 출신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기악과 졸업한 후 프랑스 제네빌리에 국립음악원 최고 연주자과정 졸업했다. 스위스 취리히 음악원 수료 후 폴란드 그단스크 국립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해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프랑스 UFAM 국제콩쿠르 1위에 이어 폴란드 포즈난 필하모닉 수석 단원, 폴란드 유나이티드 체임버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했다. 현재 목원대 음대 관현악학부 교수이며 클래시모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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