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루아 특성 맞춘 다양한 CDP 와인 생산

신성식 ETRI ICT전략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신성식 ETRI ICT전략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앞선 칼럼에서 소개한 CDP(샤또네프-뒤-빠쁘) 샤또들 중에 샤또 드 보까스텔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샤또, 라 네르뜨, 몽르동, 라 가르딘은 와이너리가 위치한 포도밭 명칭 리유디(lieu-dit)를 샤또 이름으로 사용했다. 샤또 까브리에르도 마찬가지다. 까브리(Cabri)는 어린 염소를 뜻하며, 까브리에르(Cabrieres)는 염소농장을 의미한다. 예전부터 이 동네 와이너리들은 포도를 재배하며 동시에 염소를 키우고 우유와 치즈도 생산해왔다.

샤또 까브리에르는 샤또네프-뒤-빠쁘 중심으로부터 북쪽으로 3km, 오랑쥬(Orange)로부터는 남쪽으로 7km 거리의 고원에 위치한다. 서쪽으로 1.5km 떨어진 샤또 몽르동과는 포도밭을 인접하고 있다. CDP 특유의 진흙과 석회 토양의 심토에 충적토와 둥근 자갈의 표토로 훌륭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1344년부터 포도가 재배되었으며, 14-15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빵굽는 화로의 흔적을 찾아서 샤또에 보관하고 있다.

1955년 루이 아르노(Louis Arnaud)가 인수한 샤또 까브리에르는 아들 귀(Guy)를 거쳐, 2009년 5월부터 손녀인 아녜스(Agnes)와 샴페인 네고시앙 출신 남편 빠트릭 베르니에(Patrick Vernier)가 함께 운영 중이다. 현재 포도밭은 CDP에 30헥타르, 오랑쥬 외곽에 꼬뜨뒤론 4헥타르와 뱅드뻬이(Vin de Pays) 5헥타르를 소유하고 있다. 

CDP 13개 품종을 모두 재배하며, 2021년말에 59세로 작고한 '론의 미셸 롤랑(Michel Rolland)'으로 불리는 필립 깡비(Philippe Cambie)의 컨설팅을 받아 테루아 특성에 맞춘 다양한 와인을 제품화해왔다. 필립 깡비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2010년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되었으며, 당시 그가 컨설팅한 와인들이 RP100점을 15개나 받았다.

샤또 까브리에르의 라벨은 윗면의 직선을 교황 궁전의 3개 아치 형태로 표현한 것이 독특하다. 기본급인 샤또 카브리에르 레드는 그르나슈(Grenache) 50%, 쉬라(Syrah)와 무르베드르(Mourvedre) 각 20%, 쌩쏘(Cinsault) 10%를 블렌딩한다.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아시아 10개국을 대표하는 20명의 소믈리에들이 경쟁을 펼쳤던 '제4회 아시아 최고의 프랑스 와인 소믈리에 대회' 최종 결승전(2018년 12월 12일) 테이스팅 와인으로도 사용되었다.

시그니처 와인인 프레스티지는 기본급의 그르나슈와 쉬라의 비율을 각 15%로 줄이고 나머지 9개 품종(10%)을 추가하여 13개 품종을 모두 블렌딩한다. 포도나무 평균 수령은 85년, 생산량은 헥타르 당 12~15헥토리터(CDP 평균은 30헥토리터)이다. 2010년부터는 레스프리(l'Esprit)로 명칭과 라벨을 변경했다. 샤또 뒤에 위치한 포도밭에 1900년과 1902년에 식재한 100살이 넘는 올드바인, 뀌베 상뜨네르(Cuvee Centenaire)는 2000년 2001년 2007년 3차례만 생산됐다.

방문한 샤또 까브리에르의 와인판매 리스트에 그르나슈 80%와 쉬라 20%로 블렌딩한 '실렉스(Silex, 부싯돌) 드 까브리에르' 2019와 교황 관련 명칭 '뽕티시피 에브뤼(Pontificis Ebruis)' 2011 외에도, 인터넷 검색에 다양한 이름의 와인들이 나온다. 레스프리 2016과 함께 시음한 샤또 까브리에르 레드 2012는 2018년 2월 일본에서 열린 '사쿠라 일본 여성 와인 어워드'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신성식 ETRI ICT전략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신성식 ETRI ICT전략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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