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오승우 화백 각 시대별 대표 유작 21점
4일부터 IBS 카이스트 캠퍼스 로비에서 전시
삼남 오병하 KAIST 교수 등 가족 기증

오승우 화백은 2000년대부터 '십장생도'를 주제로 작업을 했다. 산 시리즈, 불상, 절, 동양의 원형 시리즈 등 그의 60여년 화업은 일관되게 '우리 것'을 탐구했다. 십장생도(178), 2007, 캔버스에 유화, 227x145cm, KAM(KAIST 미술관) 제공
오승우 화백은 2000년대부터 '십장생도'를 주제로 작업을 했다. 산 시리즈, 불상, 절, 동양의 원형 시리즈 등 그의 60여년 화업은 일관되게 '우리 것'을 탐구했다. 십장생도(178), 2007, 캔버스에 유화, 227x145cm, KAM(KAIST 미술관) 제공

故 오승우 화백의 유작 21점이 KAIST에 왔다. 지난 4월 타계한 오 화백의 시기별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수작들로 지난 8월 기증이 이뤄졌다. 오 화백은 한국 인상주의 선구자로 불리는 오지호 화백의 장남이다. '아빠 찬스'로 화가의 길에 든 운좋은 작가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죽기 살기로' 그렸다. 어떠한 작가보다 많은 작품을 제작했고, 잠시 반짝하는 작가들과는 달리 한 가지 주제에 10년 이상 천착했다. 오 화백에게 아버지가 늘 큰 산이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는 아버지와는 다른 화풍에주제의 변화가 명확했고 작품은 견고했다. 평생을 '동양 사상', '전통과 근원', '자연과 이상향'을 화두로 삼은 그만의 독자적 스타일을 수립한 것이다.   

故오승우 화백(1930-2023), 오병하 교수 제공
故오승우 화백(1930-2023), 오병하 교수 제공

오 화백의 유작은 이미 여러 미술관에서 소장 의사를 타진해 온 바 있다. 하지만 오 교수가 미술관이 건립될 KAIST에 유작을 기증하자고 했을 때 가족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기증작은 오 화백이 1960년대 제작한 '요정'을 비롯해, 산과 동양의 건축물, 십장생도 등 그의 일대기를 가늠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구성이다.  

 

요정과 공작, 1969, 캔버스에 유화, 116x90cm, KAM(KAIST 미술관) 제공
요정과 공작, 1969, 캔버스에 유화, 116x90cm, KAM(KAIST 미술관) 제공
적상산, 1992, 캔버스에 유화, 162x162cm, KAM(KAIST 미술관) 제공
적상산, 1992, 캔버스에 유화, 162x162cm, KAM(KAIST 미술관) 제공
기녀전(북경), 1996, 캔버스에 유화, 145x145cm, KAM(KAIST 미술관) 제공
기녀전(북경), 1996, 캔버스에 유화, 145x145cm, KAM(KAIST 미술관) 제공

오 화백은 평소 "그림은 벽을 보고 있으면 안 된다. 관객을 볼 때 비로소 예술작품이다"라며 작품과 관객과의 교감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KAIST 미술관에서는 많은 관객이 아버지의 작품을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며 "관객이 보는 작품만이 예술이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든 결정"이라고 했다. 

아무리 작품 기증의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법. 

미술관 설립에 종잣돈을 기부한 정문술 회장과 이를 주선한 이광형 총장의 '선의'가 선행됐기 때문에 기증도 가능했다.  

오 교수에게 아버지 오 화백은 "예술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위험도 감수한 강한 정신력을 지닌 분"이다. "교편을 접고 예술인의 길로 들어선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인데,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도움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좋은 작품을 제작하는 데에만 몰두해 일상은 그리고 또 그리는 연속이었습니다."

오병하 KAIST 교수
오병하 KAIST 교수

오 교수에 따르면 화백은 평소 색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했다. 보라색 계통은 고급스럽고, 녹색은 쓰기 어려운 색이라는 것. 심지어 "녹색은 잘 못 쓰면 녹죽을 쑨다. 여름 산은 그리기가 어렵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같은 고민의 결과일까.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설악하경'(1991년 작)은 녹색이 꽉 찬 한여름 산인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 교수는 화백을 '색채 마스터'로 부른다. 

오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변통조' 감상을 제안했다. 이는 오 화백이 강조한 미술의 3요소이자 작품 구상의 이론적 바탕인 '변화, 통일, 조화'을 말한다.

오 교수는 "작품 속 사물들은 실제와 다른 변화가 있지만 조화와 통일성으로 묶여 조금도 이상하지 않고 참 좋다, 멋지다고 느끼게 된다"라며 "아버지 작품을 감상하면서 이러한 요소를 느껴봤으면 한다"라고 했다.

포항공대 재직 후 2009년부터 KAIST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오 교수는 예술과 과학의 공통점이 '창의성'이라고 말한다. 

오 교수는 "과학과 예술은 모두 '창의성'이 핵심"이라며 "예술은 학습하는 대상이라기보다는 행복을 느끼게 하는 도구"라고 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보다 일반인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지만 아버지의 작품은 창의적이고 예술적으로 더 많은 감흥을 줍니다. 전시회에서 많은 분들이 작품을 보며 행복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만일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작가가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까지 봐주셨으면 합니다."

오승우 화백 기증작품 특별전은 KAIST 본원 내 IBS 카이스트 캠퍼스 1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다. 일반인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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