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선 대전송촌중학교 수석교사
윤미선 대전송촌중학교 수석교사

한 남학생이 교무실에 찾아와 수업 시간에 읽던 소설책을 반납하며 '선생님, 드디어 다 읽었어요. 그런데 소설책을 끝까지 다 읽는 건 처음 해봐요.'라고 한다. 이럴 때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칭찬이 필요하다.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처럼 학생을 바라보며 선생님은 네가 해낼 줄 알고 있었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책을 읽은 네가 정말 자랑스럽고 기특하다고 칭찬해준다.

소설책 읽기를 힘들어했던 아이가 방과후까지 남아 혼자 힘으로 끝까지 책을 읽어냈을 때, 아이뿐만 아니라 교사도 감동을 받는다. 수업은 이처럼 아이들에게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고 찾아주는 보물찾기이다. 아이들을 완전한 존재라고 가정하는 버츄프로젝트에서는 아이들의 내면에 '미덕(인성덕목)의 보석'이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아이들은 아직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아이들이 마음에 있는 미덕을 찾아 깨울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긍정적 지지를 해주면 된다. '너는 할 수 있어. 그러니까 한번 해보면 어떨까?'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말이 아이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울 수 있는 마법의 언어라는 것을 이 남학생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다.

올해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며 이런 보석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업에 자꾸 엎드려 있으려고 하는 아이에게 의도적으로 답하기 쉬운 질문을 던지며 답을 할 때마다 아이와 손바닥을 마주치고 '정말 수업을 잘 듣고 있다'라고. '어쩜 이렇게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냐'라고 격려를 해줬더니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다. 질문만 하면 뭐라도 답하기 위해 손을 들거나 선생님과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무렇게나 소설책을 던져 놓는 아이들에게 자발적으로 책 정리를 했던 아이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잠재된 보석을 어떻게 깨우는지를 말하면 역시나. 아이들은 책을 던지거나 대충 놓지 않고 가지런하게 정리해 놓는다. 선한 영향력. 좋은 사람 옆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처럼. 아이들은 금방 좋은 물이 든다.

본래부터 아름다운 빛과 색이 저절로 스며 나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교사가 의도적으로 발견하고 찾아주어야 할 보석 같은 아이들도 있다. 그러려면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웃고 울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교사로서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또 어떤 보석을 찾을 수 있을지를 기대하며 교실로 향한다. 윤미선 대전송촌중학교 수석교사

윤미선 대전송촌중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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