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용 동화작가.
박진용 동화작가.

11월 둘째 주 토요일, 내가 태어난 고향 마을 도랑인 '도암천 살리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갔다. 이 행사는 '우리 동네 도랑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세종 환경교육센터에서 세종특별자치시와 금강 환경청의 후원을 받아 지난 7월부터 진행해 온 환경교육 사업이다.

현장에 도착하니 환경교육센터 두 분 대표와 사무처장을 비롯해 많은 회원이 도랑에 엎드려서 일을 하고 있었다. 녹색환경 지킴이 회원들이 동참했고 동네 이장과 노인회장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장화를 신고 달려들었다. 도랑 가에 심는 것을 자세히 보니 창포와 미나리, 그리고 부처 꽃나무였다. 각각 천 주씩 모두 삼천 주를 심었다. 창포와 미나리는 도랑물을 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고 부처꽃은 도랑을 자색으로 아름답게 수놓을 것이다. 낮에는 수초 사이로 물고기가 숨바꼭질하고 밤이면 반딧불이가 별빛처럼 반짝일 것이다. 오월 단오에는 창포를 삶아 머리를 감던 풍속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환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북극의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폭우와 폭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동·식물과 물고기 등의 서식지 소멸, 바다와 강과 토양의 오염, 산불과 홍수로 인한 국토의 황폐화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나부터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무감각하다는 점이다.

북극과 남극을 품은 바다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어머니가 아프면 가족이 모두 힘들 듯이 바다가 병들면 지구촌 모두가 아프다. 바다가 건강해지려면 강물, 냇물, 도랑물이 건강해야 한다. 도랑물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몫이다.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죽어가는 도랑물을 살려낼 수 있다. 그래서 주민들에 대한 환경 교육이 필요하고 절실하다. 후손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좋은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위대한 유산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박진용 동화작가

박진용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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