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법으로 혁신 이룬 페랭가문 CDP

신성식 ETRI ICT전략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신성식 ETRI ICT전략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샤또 드 보까스텔(Chateau de Beaucastel)의 명칭에 대한 기록은 귀족 삐에르(Pierre) 드 보까스텔이 꾸들레(Coudelet) 동네의 헛간과 딸린 땅을 샀다는 1549년 기록까지 올라가지만, 오늘날 'CDP(샤또네프-뒤-빠쁘)의 보석'으로 인정받는 것은 페랭(Perrin) 가문이 인수한 1909년부터이다. 5대에 걸쳐 페랭 가문은 테루아에 대한 절대적인 존중, 바이오다이내믹, 균형과 우아함의 추구라는 철학에 따라 와이너리를 관리해왔다.

일찍이 1950년부터 유기농법을 통해 혁신을 이루었고, 1974년에는 바이오다이내믹 와이너리로 전환했다. CDP의 13가지 포도 품종 모두를 섞어 만들기에, '화합'의 의미로 2013년 삼성그룹이 '신경영 선언 20주년 만찬' 메인 레드 와인으로 샤또 드 보까스텔 2009 빈티지를 선택했다.

기후 조건과 환경이 이상적이었던 1989년에 현 와이너리 소유주인 장-삐에르(Jean-Pierre)와 프랑스와(Francois) 형제는 아버지를 기념하는 스페셜 뀌베, '오마쥬 아 자끄 페랭(Hommage a Jacques Perrin)'을 출시했다. 자끄 페랭은 재배가 어려워 오랫동안 무시되었던 CDP의 원시 품종 무르베드르(Mourvedre)를 중시하여 부활시켰기에, 그르나슈(Grenache)를 메인 품종으로 하는 다른 CDP 와이너리와 달리, 오마쥬 아 자끄 페랭에는 무르베드르를 60% 이상 블렌딩한다. 

이 와인은 2006년 'World of Fine Wine'의 CDP 블라인딩 테이스팅에서 출품한 4개 빈티지가 1위부터 4위까지 휩쓸어, 남부론 최고의 와인임을 입증했다. 첫 빈티지 1989과 1990년 등 5개 빈티지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았으며, 나머지 빈티지들도 대부분 95점 이상이다.

샤또 드 보까스텔은 CDP 지역의 최북단, 고대로마 도시 오랑쥬(Orange)의 남서쪽 꾸르떼종(Courthezon) 마을에 위치한다. CDP 포도밭 77헥타르 외에도 CDP 경계 넘어 붙어있는 AOC 꼬뜨뒤론(Cotes du Rhone) 포도밭 33헥타르에서 생산하는 꾸들레 드 보까스텔은 샤또 드 보까스텔을 엿볼 수 있는 가성비 와인이다. 2020년 9월부터 대대적인 보수공사 중인 샤또는 방문하지 못했고, 시내에 위치한 부띠끄 파미유 페랭(Famille Perrin) 방문에 만족해야했다.

페랭 가문은 1992년 샤또 드 보까스텔의 북동쪽으로 2km 떨어진 위치에 '파미유 페랭' 와인너리를 설립해서 주로 꼬뜨뒤론 와인들을 생산한다. 또한 보급형 와이너리 라 비에이 페름(la Vieille Ferme)을 비롯해 지공다스와 북부론, 미국의 파소 로블스(Paso Robles)에도 합작 와이너리(Tablas Creek Vineyard)를 소유하고 있다.

프로방스에 위치한 샤또 미라발(Miraval)은 2008년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인수해서 2014년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와의 결혼식을 올린 장소로도 유명한데, 페랭 가문의 협조로 훌륭한 로제와인을 생산한다. 샤또 미라발 로제 2012가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선정되었다. 작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 샴페인으로 파이퍼-하이직을 대체한 것이 로제 샴페인 '플뢰르 드 미라발(Fleur de Miraval)'인데, 이 또한 샤또 미라발, 패랭 가문과 샴페인 하우스 삐에르 피터(Pierre Peters)의 합작품이다. 위대한 와인은 감정과 문명, 시간을 넘어 지속되는 신화이다.  신성식 ETRI ICT전략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신성식 ETRI ICT전략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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