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부는 '건전재정 유지'와 '재정 정상화'라는 목표하에 내년 예산을 총 656조 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2.8% 증가한 것이기는 하지만,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로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증가를 억제해 건전재정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편성된 것이다. 또 이 예산의 지출구조는 타당성과 효과성이 없는 예산, 낭비, 부정, 비리와 관련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약자 복지강화 등 꼭 필요한 사업에 투자하도록 편성된 구조라고 한다.

사실 국가 재정이 지속적인 적자를 이루거나, 또 이로 인해 이자와 채무 상환이 국가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될 정도로 국가 채무가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욱이 국가 재정이 타당성 없는 사업에 사용되거나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도록 운영된다면 이것도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가 재정은 가능한 한 건전하게 그리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건전재정이나 정상구조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정의 보다 근본적인 기능을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원칙이나 조건인 것이다. 현대 재정학의 창시자인 머스그레이브(Musgrave)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재정은 '자원배분', '소득분배', '경제안정'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후에 공공선택이론을 개척한 뷰캐넌(Buchanan)이 정부의 자기 이익 추구와 비대한 괴물(Leviathan)로의 변화를 경계하며 균형예산을 주장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재정의 기능이라기보다는 원칙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내년 예산의 편성은 재정의 본래 기능을 충족하기에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그리고 재정 정상화의 내용도 그 타당성에 의문점이 든다.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올 해 경제성장률은 작년보다 크게 낮은 1.2-1.4%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도 여러 경제기구들이 올해보다는 나아진 2.2% 내외를 예상하고는 있으나, 그것도 세계 경제의 회복과 수출의 증가를 전제로 한 것이다.

더욱이 나아진 성장 전망도 내수 증가나 실업률 개선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어서, 내수 회복은 더디고 실업률은 올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MF는 우리 경제의 내년 실업률을 올해의 2.7%보다 높은 3.2%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국민의 체감경기는 경제전망과 거리가 멀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경제상황에서 재정은 당연히 경제안정이라는 근본적 기능을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올 해의 정부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1분기 -0.3%p, 2분기 -0.5%p로 나타났으며, 건전재정 기조 유지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내년의 예산도 내년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재정의 긴축은 경제안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세수를 줄게 만들어 건전재정을 위협할 수도 있다.

또한 내년 예산의 지출 구조를 보면, 정상화의 타당성에 의문이 든다. 내년 예산에서 R&D, 고용창출,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의 지출이 크게 감소했는데, R&D 예산은 말할 것도 없고, 고용창출 예산은 전년에 비해 36.6%, 재생에너지 활성화 등의 예산은 40.3%나 줄어들었다. 현재와 같이 경제회복이 더디고, 잠재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이들 예산이야말로 다른 어느 예산보다도 더 필요한 예산이다. 그런 면에서 내년 예산의 지출구조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