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역사를 함께해온 연구기관이다. 정부는 1970년대 초 서울 홍릉 연구단지의 수용력이 한계 이르자 제2연구단지 건설기본계획을 수립, 추진했다. 1973년부터 대덕연구단지 공사를 시작, 1978년부터 과학기술계 분야 정부출연 연구소와 충남대, KAIST 등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항우연은 1989년 기계연구소 부설 항공우주연구소로 첫발을 내디뎠다. 1992년 연구소 건물이 준공됐고, 1996년에 마침내 재단법인 항공우주연구소로 독립, 출범했다. 2001년에는 명칭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 바뀌었다.

항우연은 발사체·위성·우주탐사·위성항법·항공기 등을 연구, 개발하는 곳으로 미래형 첨단산업과 직결된다. TV와 전화·인터넷 등 통신 분야, 농업과 자원·재해·군사에 대한 원격탐사 등도 우주산업에 크게 의존한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러시아·유럽·일본 등이 엄청난 돈을 퍼붓고 있다.

항우연이 흔들리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이 진행되면서 위상 추락이 예견되고, 타지 이전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항우연과 천문연구원을 우주항공청 산하로 넣지 않고, 일부 연구조직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임무센터로 지정, 운영한다고 한다.우주항공청을 설립하면 그 아래 항우연과 천문연을 두는 게 상식이고 순리다. 자칫하면 2개의 머리가 항우연과 천문연을 관할하고, 가뜩이나 인력과 조직, 연구 환경이 열악한 연구소가 2개로 나눠질 수도 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우주항공청을 경남 사천에 두고 항우연도 그곳으로 옮기겠다는 발상이다. 장관급의 부(部) 단위 기관은 세종에, 차관급 청(廳) 단위 기관을 대전에 두는 게 원칙이다. 우주항공청을 경남 사천에 두고, 항우연까지 그곳으로 옮기는 것은 원칙과 효율성을 무시한 정략적 접근이다.

우주항공청법 제정을 싸고 진통이 거듭되고 있다. 부처의 위상과 우주항공청 및 항우연의 위치를 싸고 여야가 심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때 대덕연구단지를 더 넓혀 '제2 대덕연구단지'로 키우겠다고 공약했다. 제2 대덕연구단지는 고사하고 대덕에 위치한 항우연의 이전을 거론하는 게 답답하고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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