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중진작가 오경택
천안시립미술관 중진작가전 '2023 커넥트 인 천안-작가문체'

 

오경택 작가와 그의 작품 '꽃이 피네 꽃이 지네'. 사진=박하늘 기자

[천안]너른 화병에 담긴 무성한 꽃과 잎이 화폭을 가득 채운다. 어두운 배경과 대비한 형형한 색들이 압도적인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작품에 다가가 살펴보니 군데 군데 파인 구멍 사이로 아래 묻혀 있던 전혀 다른 색들이 뿜어져 나온다. 여러 겹 두껍게 쌓인 물감 꺼풀들이 벗겨지며 드러난 또 다른 색들이 거친 질감과 어우러지며 강렬한 생명력을 표출한다. 천안시립미술관의 중진작가 기획초대전 '작가문체'에서 선보인 오경택 작가(56)의 작품 '꽃이 피네 꽃이 지네'다.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오 작가는 '쌓고 긁어내기'라는 그 만의 화법으로 유명하다. 합판을 덧댄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고 나이프로 펴 바른 후 말린다. 그 위에 다른 색을 뿌리고 편 다음 또 말린다. 물감이 다 마르기까지만 6개월이 걸린다. 그 후 캔버스에 켜켜이 쌓인 물감을 커터칼 떠내며 구상을 면에 옮긴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에선 풍부한 색채와 억센 질감이 뿜어져 나온다.

그는 대학원 진학 때부터 이 화법을 고수하고 있다. 색이 가진 힘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서 였다. 재료도 오직 유화물감만을 사용한다. 색의 힘 만으로 생명의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동료화가들은 그의 그림을 좋아했다.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1999년, 2000년, 2001년, 2004년 입선했다. 하지만 대중들은 생소한 화법인 만큼 그의 그림을 어려워했다. '좋은 작품을 하면 인정 받겠지'라는 신념과 오기로 버텼다. 그러면서 작품을 쉬지 않았다. 꾸준함과 근면함은 그가 버틴 원동력이었다. 지난 2004년 천안 인아트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매년 전시를 열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그의 입지는 바뀌었다. 그는 대중으로부터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늦게 들어선 예술가의 길에서 늦게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5월 세종아트갤러리에서 66점을 건 초대전을 비롯해 이곳 저곳의 초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그가 첫 개인전을 연지 20주년이 된 해다. 뜻 깊은 해 그는 천안시립미술관의 지역 중진작가 전시에 초대됐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그의 강렬한 화법을 느낄 수 있는 18점을 걸었다. 오 작가는 "천안에서 태어나 시립미술관에 초대되는 것은 영광"이라며 "좋은 작품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새벽 5시에 나와 작품을 준비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에 시립미술관처럼 좋은 전시관이 더 많이 생겨 더 좋은 작품들을 많은 시민들에게 보여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천안시립미술관의 중진작가 기획초대전 '작가문체'는 오는 10월 22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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