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스승과 제자의 만남…정옥용 선생님 "제자 회갑축하 하고파"

이달 9일 오후 1시, 대전 동구 가오동의 한 음식점에서 충북 영동군 학산면 황산리 봉산초교 27회 졸업생들과 정옥용 선생님(사진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과 50년 만의 재회가 이뤄졌다. 정 선생은 이날 첫 제자인 27회 졸업생들의 회갑을 축하했다. 사진=전상하 씨 제공

"올해로 여러분들을 만난 지 꼭 50년이 됐네요. (제자들의) 회갑을 축하하며 식사나 함께 하죠"

칠순의 전직 초등학교 교사가 회갑을 맞은 제자들을 축하하며, 재회의 장을 마련해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정옥용(여·71) 선생님과 충북 영동군 학산면 황산리 봉산초 27회 졸업생들이다.

정 선생님과 봉산초교 27회 졸업생 24명은 이달 9일 오후 대전 동구 가오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오찬을 함께 했다.

1973년 봉산초에 처음 부임했던 정 선생님에게 이들 첫 제자들은 의미가 컸다. 21살 꽃다운 나이에 시골 학교에 부임해 20대를 제자들과 보낸 정 선생님에게 첫 제자들은 누구보다 특별했다.

몇 년 전에는 몇몇 제자들이 대전 동구 정 선생님의 집을 방문할 만큼 제자들과 사제의 정을 켜켜이 쌓아왔다.

정 선생님은 최근 이들 첫 제자들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해 제자 김성찬 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김 씨는 봉산초교 27회 밴드에 이같은 내용의 공지사항을 올렸다. 동창 18명이 참석 의사를 밝히는 댓글을 달았으며, 총 24명의 제자가 모이게 됐다.

동창회장인 전상하 씨는 "선생님과 많은 추억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제자들에게 빵과 우유를 잘 챙겨 주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친구들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치 못했지만, 마음은 함께 한다는 말을 꼭 선생님께 전해 달라고 했다"며 "선생님께선 소식도 모르고 지낸 친구들을 이어줄 끈을 만들어 주셨다"고 재회 소감을 밝혔다.

전 씨는 "(먼저 연락을 드리지 못해) 부끄럽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만인산자연휴양림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며 만남을 이어가기로 다짐했다.

한 제자는 "요즘 같은 혼란스러운 시국에 스승님의 따뜻한 마음을 알려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이 많음을 전파하고 싶다"며 "선생님 덕분에 좋은 만남과 추억이 쌓였다"고 말했다.

1973년 당시, 봉산초에 처음 부임했던 정옥용 선생과 27회 졸업생들. 사진=전상하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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