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하면 대개 텍사스주 휴스턴을 떠올린다. 미국의 항공우주 관련 행정부처도 이곳에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많은 우주선을 휴스턴 관제센터에서 쏘아 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NASA의 행정기능은 수도 워싱턴D.C에 있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에 케네디우주센터와 우주군기지, 캘리포니아 LA 패서디나에 제트추진연구소, 앨라배마 헌츠빌에 마셜우주비행센터를 운영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선공약인 우주항공청 설립이 미뤄지고 있다. 위상과 기능, 본부의 위치를 싸고 여야와 지역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의 차관급 외청을 설치하자는 입장이고, 야당은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 아래 장관급 우주전략본부를 두자고 주장한다.

핵심 갈등은 본부의 입지 문제이다. 대전은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을 비롯 국방과학연구소,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등이 있는 대전에 와야 한다는 입장이고, 경남은 항공기 관련 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위치한 사천에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부는 정책 수립과 기획 조정, 예산 확보 등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이다. 대전은 항우연과 천문연 등의 연구소를 비롯 방위사업청, 조달청, 산림청 등이 입지해 있다. 장관급 부(部) 단위 기관은 세종에, 차관급 청(廳) 단위 기관은 대전에 두는 게 원칙이다.

더구나 대전과 가까운 세종에는 우주항공청과 밀접한 과기정통부, 산자부, 중기부 등이 있다.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도 세종에 있고 국회 과기정통위도 세종으로 이전한다.

공장이 있는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 본부를 두라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런 논리라면 산자부와 과기정통부, 중기부는 기업이 많은 경기도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가 넓은 호남에, 국방부는 군부대가 많은 강원도에 배치해야 할 것이다.

우주항공청은 신설 부처이다. 관련 부처 및 기재부, 국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사업과 예산을 확보하고 조직을 다져나가야 한다.

미국이 NASA 본부를 워싱턴D.C에 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정치논리나 지역주의에 함몰되지 말고 효율성과 우주항공의 백년대계를 따져 판단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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