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최근 중국의 경제뉴스 하나가 세계 IT 업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의 화웨이가 5G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이다. '메이트 60 프로'라는 이 제품은 온라인에서 여러 색상의 버전이 1분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화웨이는 미묘한 시기에 메이트 60 프로를 발표했다. 이 스마트폰은 중국의 SMIC가 생산한 7나노미터 반도체를 사용했으며, 애플의 아이폰과 비슷한 속도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미국의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맞춰 보란 듯이 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 제재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웨이 쇼크'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 대만, 일본을 묶어 칩4동맹까지 만들어 중국을 견제해왔는 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실패했음을 증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반도체 산업 육성법(칩스법)을 제정, 반도체 공장의 미국 본토 유치에 나섰다. 칩4동맹을 중심으로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미국 터프츠대 크리스 밀러 교수는 이런 현상을 '칩워(Chip War, 반도체 전쟁)'라고 표현했다.

과거에는 철강과 석유가 세계 경제를 좌우했지만 4차산업시대는 반도체가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자율차, 로봇, 양자컴퓨터 등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첨단 반도체이다. 군사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반도체 전쟁을 주도하고 있지만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칩워'의 저자 밀러 교수도 미국이 쉽게 중국을 이길 것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과 생산 자립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지만 앞날은 녹록치 않다. 밀러 교수의 지적처럼 기술 개발 뿐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생산기반을 유지하면서 후발주자들과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살려온 한국 기업의 DNA를 십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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