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학교폭력의 역사는 매우 길다. 학교가 생겨났을 때부터 학폭이 존재해왔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자제력과 이해력,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한곳에 모이는 것 자체가 학폭의 위험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학폭이 많았지만 대개는 '애들 사이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애들끼리 장난을 친 것' 정도로 여겼다. 허나 시간이 흐르면서 학폭은 더욱 많아지고 심각해졌다. 따돌림이나 괴롭힘 때문에 자살을 하고, 집단폭력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했다. 가해자도 고등학생에서 중학생, 초등학생으로 연령대가 낮아졌다.

학폭이 우리사회 전면에 떠오른 계기는 1995년 고교 1학년이던 김대현군 자살사건이다. 이 사건의 여파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등장했으며,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됐다. 2004년에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117 학교폭력신고센터와 전담경찰관까지 도입됐다.

그러나 학폭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근래에도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고위 공직 후보자 자녀의 학폭이 드러나 분노를 일으킨 바 있다.

성장기 청소년들이 겪는 학폭의 피해는 사뭇 심각하다. 등교를 기피하고 학습 의욕을 잃기도 하며, 친구를 사귀지 못해 외톨이로 지내기도 한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고, 그게 심해져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사회 부적응자가 되고 복수심을 품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6년 대입부터 학폭을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고교 1년생부터 대입전형 때 학폭 가해 학생의 조치 사항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학폭 조치 결과를 대입에 반영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학폭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고교를 자퇴하거나 몇 년 뒤에 대입에 지원하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한발 더 나아가 초중고생에 대한 인성과 소통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부모와 가정, 사회, 국가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면 한다. 학폭은 개인을 넘어 사회의 문제이고 시대의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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