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서해에 사는 점박이물범은 아주 경이로운 존재다. 물고기와 갑각류를 먹고 살지만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이다. 수명도 꽤 길어 수컷이 29년, 암컷은 35년까지 산다고 한다. 1940년대에는 8000마리나 있었지만 지금은 백령도 등에서 300여 마리가 관찰된다고 한다.

1982년 천연기념물 331호로 지정됐고,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으로 분류했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도 세계 여러 나라의 점박이물범을 관심대상(LC) 등급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 전해역에서 발견되는 점박이물범의 생태는 크게 2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회유하는 개체로 겨울에는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에 내려와 살다 봄이 되면 오호츠크해와 캄차카반도 쪽으로 올라가 서식한다. 특이하게도 어린 새끼를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바다에 떠다니는 얼음 위에 새끼를 낳는다.

서해 점박이물범은 오랜 옛날 북태평양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서해에서 북태평양으로 회유하며 살다가 고립돼 서해에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들 개체도 겨울에 중국 발해만 쪽으로 북상하여 바다 위에 떠다니는 얼음에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최근 서산시 대산 앞바다에서 점박이물범 10여 마리가 발견됐다. ㈔서산태안환경교육센터가 매년 물범을 모니터링해왔다고 한다. 백령도 외에 충남 가로림만도 서식지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충남도와 충남도내 15개 시장·군수가 가로림만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속 추진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가로림만 국가공원은 과거 타당성조사에서 탈락, 재조사가 진행 중인 사업이다. 해양생태계를 '개발'하지 않고 '보전'하는 데 투자 대비 수익을 따지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처사이다.

서해 점박이물범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요즘 바다는 온갖 오염원이 유입되고 비닐과 플라스틱같은 위험물질이 떠다닌다. 각종 개발 행위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 발해의 얼음이 사라지면 어디에 새끼를 낳을 지 걱정된다.

망설이고 기다릴 여유가 없다. 기획재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점박이물범이 살아가는 해양생태계의 보고(寶庫) 가로림만 보전을 위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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