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일색 분위기 가라 앉혀야
국회규칙안에 완공시기 빠져
법사위도 세종으로 이전 타당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 또 한 고비를 넘겼다. 8부 능선을 넘었다는 말도 나온다. 세종의사당의 규모와 이전 대상을 명시한 '국회 세종의사당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이 30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돌발 변수가 없으면 올 정기국회 회기 중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국회규칙 제정이 완료된다.

세종의사당 건립은 이제 큰 걸림돌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산 넘어 산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지난 2021년 9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도 그랬다. 당시에도 8부 능선을 통과했다고 했는데 그 이후 국회규칙안이 2년 동안 발목을 잡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역 사회는 들떠 있는 환영 일색의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여야 합의로 본회의만 통과하면 다 잘 되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국회 운영위가 오랜 시간 국회규칙안을 묵혀두었다가 딱 두 번 회의 후 졸속으로 통과시킨 흔적도 보인다. 찬찬히 뜯어보면 마냥 박수만 쳐서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국회규칙안은 가장 중요한 세종의사당의 완공 시기를 명시하지 못했다. 국회 운영위는 사업추진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인 사항이라는 이유로 건립 시기를 법령에 규정하지 않기로 했다. 건립 방식이나 정치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완공시기가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애초 완공 목표연도가 2028년이지만 국제설계공모 방식으로 추진하면 2030년 완공도 쉽지 않다. 완공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 추진하는 방식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규칙 시행일도 '즉시'가 아닌 원안대로 '3개월 후'로 상임위를 통과했다. 건립위원회 구성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유인데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따라 세종시장을 건립위원에 넣지 않은 부분도 아쉬움이 남는다.

세종 이전 대상을 11개 상임위와 예결위,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등으로 규정했는데 이게 정답인지도 의문이다. 용역 결과 12개 상임위로 나왔지만 딱 12개만 된다는 규정도 없다. 운영위 소위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법제사법위원회를 서울에 남겨두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결국 부대 의견으로 검토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법사위는 흔히 '상임위 위의 상임위'로 불린다. 상·하 양원제의 '상원(上院)'에 비견될 만한 중요한 위치다. 법사위의 법안 처리는 고유법보다 다른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인 타위법이 더 많다. 법사위 업무와 관련된 정부 부처도 대부분 세종에 있고, 국회 내 12개 상임위가 세종으로 내려오는데 굳이 법사위가 서울에 남을 필요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세종의사당 내 국회도서관 설치는 교통정리가 됐다. 세종의사당도 국회도서관이 제공하는 입법 활동지원 기능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분관을 두기로 한 것이다. 다만 분관의 규모는 확정하지 않았는데 본관에 버금가는 규모로 건립하도록 해야 한다.

세종의사당 건립을 추진하면서 지나치게 '세종시 발전'을 주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세종의사당은 세종시 발전보다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충청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이를 왝더독(wag the dog)으로 볼 소지도 있다. 행정수도 개헌을 들고 나와 괜히 수도권의 반발을 사는 일도 없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세종의사당이 건립되려면 짧게는 5년, 길게는 7-8년이 걸릴 수도 있다. 세종의사당이 완공되는 그날까지 절대 샴페인을 터트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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