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정부 부처가 위치한 세종시의 명물 중의 하나가 은하수공원이다. 은하수공원은 여느 공원과 크게 다르다. 대개의 공원은 나무와 잔디가 잘 자라고 산책길과 쉼터가 전부이지만 은하수공원은 묘가 주를 이룬다. 간단한 표지석이 가지런히 줄 지어 있는 묘지공원이다.

세종시 은하수공원은 장묘문화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나무를 베고 산을 깎아 봉분을 쓰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났다. 유해를 화장하여 봉안당에 안치하거나 잔디장 혹은 수목장으로 장사를 지내게 된다. 유족들은 대개 유골을 땅 속에 묻고, 그 위에 이름과 생몰 연대만 새긴 작은 표지석만 설치하는 방식을 택한다. 묘지 1기가 차지하는 면적이 가로 0.6m, 세로 0.6m로 0.36㎡에 불과하다.

은하수공원은 SK그룹 고 최종현의 회장의 유지가 깃든 곳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을 크게 키운 뛰어난 경영인이지만 선구적인 임업기업인이기도 하다. 그는 평생 TV 장학퀴즈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등 인재 양성에 힘썼는데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서해개발(현 SK임업)이라는 기업을 세워 조림과 육림에 힘썼다. 이 회사에서 나무를 심고 가꿔온 조림지는 4100ha로 서울 남산의 40배에 이른다.

최 회장은 생전에 묘지 때문에 숲이 훼손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여겼다고 한다. 애써 심고 가꾼 나무를 베어내고 묘를 쓰는 것이 답답했던 것이다. SK그룹은 그의 유지를 받들어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500억원을 투입, 우리나라 최고의 장례시설을 지어 기증했다.

최 회장의 나무사랑은 충청권과 인연이 깊다. 충주 인등산, 천안 광덕산, 영동 시항산 등 충청권의 민둥산을 사서 나무를 심었다. 충주는 자작나무와 낙엽송, 천안 조림지에는 호두나무와 자작나무 많이 심었다고 한다. 1990년에는 임학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충남대에 1000ha의 조림지를 기증했다.

최근 고 최종현 회장이 충주시 시민대상을 받았다. 충주시민과 시민단체가 인등산에 숲을 조성하고 지역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준 것을 고맙게 여겨 특별부문 상을 요청했다고 한다. 최 회장이 심고 가꾼 숲과 공원이 지역민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널리 활용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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