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엄우산 '어 다크 투어' 전시
천안 부에노서 오는 31일까지


[천안]천안 독립기념관에는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이 있다. 조선총독부는 일제 통치를 상징하는, 우리나라로선 치욕의 역사가 배인 건물이었다. 일제는 1926년 서울 경복궁 일부를 헐어 버린 뒤 그 자리에 총독부를 지었다. 1945년 해방 이후에도 총독부는 대한민국 정부청사, 국립중앙박물관 등으로 사용됐다. 광복 50주년을 맞은 해, 비로소 조선총독부는 철거됐다. 그리고 총독부의 잔재들은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옮겨졌다. 총독부 건물의 상징이었던 중앙 돔과 석조 장식물, 원기둥들은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서쪽 한 켠에 방치된 채로 비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부식되고 있다. 총독부는 사라졌지만 우리나라 곳곳엔 일제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우리나라가 빛을 되찾은 8월, 천안에서 조선총독부를 주제로 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시작된 사진작가 엄우산(32·사진)씨의 '어 다크 투어(A Dark Tour)'.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에 있는 총독부 잔존물을 비롯해 총독부가 있던 경복궁 앞 뜰에 일제가 깐 철길, 총독부에 쓰인 석재를 캤던 서울 창신동의 절벽마을 등 총독부를 기록한 전시다. 엄 작가는 일제가 우리나라에 남긴 만행의 자국들을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 다크 투어'는 이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다.

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은 엄 작가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다. 그는 상명대 사진학과에 입학하며 천안과 인연을 맺었다. 그가 독립기념관을 처음 방문했던 날 우연히 총독부 전시공원을 발견했고 총독부의 잔재를 보며 독립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7년부터 그는 우리나라에 남은 일제의 흔적을 찾아 다녔다. 학업, 일을 병행하면서도 작업을 놓지 않았다. 엄 작가는 "흔적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진의 힘은 사실성, 역사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의 흔적을 찾는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독립운동가처럼 투철한 애국심은 아니지만 내가 찍은 사진이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엄우산 작가의 사진은 역사적으로 가치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엄 작가의 '어 다크 투어' 전시는 31일까지 천안 청당동 카페 부에노에서 진행된다.

어 다크 투어 포스터. 사진=엄우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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