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세종서 자살 12건…한 건도 없던 상가 옥상 투신 작년·올해 3명
교육청·시·경찰청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 의무화 필요…법 개정 요청할 것"

현행법상 상가 옥상 비상문은 화재에 대비해 '상시개방'토록 돼 있고, 아파트 옥상 비상문은 자동개폐시스템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교육청, 시 등은 일반 상가 옥상에도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대전일보DB


지난 4월 세종에 사는 A중학생은 상가 옥상에서 투신해 결국 목숨을 잃었다. 우울증, 부모와의 갈등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교육청, 경찰청 등 당국은 파악했다.

같은 달 B중학생은 교사와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 놓는 과정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자살예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이 학교 교사들은 학생의 태도로 미뤄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판단, 수소문 끝에 한 상가 건물에서 배회하는 학생을 찾았다. 시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상담 및 전문가 진료 등을 거쳐 이 학생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다.

최근 학생들이 상가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예방 차원에서 다중이용 건축물 옥상 출입문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8일 세종시,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세종에서 발생한 학생 자살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각 3건에서 지난해 5건으로 늘었고, 올 들어서도 1건이 발생했다. 최근 3년 반 동안 총 12명의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세종에서 지난해에만 상담 등을 통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아이들은 1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가 옥상에서 투신한 사례는 지난해 2건, 올 들어 1건 등 모두 3건. 학생들이 건축물 옥상에 올라 투신한 사례가 없었던 예년과 달리 작년과 올해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어 지자체도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과거 아파트 옥상에 올라 투신한 사례는 간혹 있었는데, 최근 상가 옥상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아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때는 '순간 충동성'이 큰 만큼, 시설물에 대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 등에 대한 상담 치료 등 소프트웨어적 처방 외에 시설물에 대한 안전장치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학생들이 간혹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2016년 관련법을 개정했다. 공동주택 옥상 출입문에 자동개폐장치 설치 의무화 시행 이후부터 자살 사례가 감소했다는 게 교육청과 경찰청 설명이다.

하지만 관련법상 주택단지, 일부 상가를 제외하고 (일반 건축물)옥상은 상시 개방토록 돼 있다. 일부 학생들이 충동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이를 예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경찰과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교육청, 시, 경찰청 세 기관은 최근 실무협의를 갖고 학원이 밀집해 있는 상가 옥상에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국토부와 교육부에 법 개정을 요청키로 하고, 개정 전에라도 사고 방지를 위해 기관별로 자구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생명사랑존' 안내표지판. 시는 사망 혹은 자살이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이나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을 중심으로 이런 안내문구가 쓰인 표지판을 내걸고 '생명사랑존'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세종시.세종교육청

시교육청은 또 상가 옥상에 정원을 조성하는 방안도 세종시에 제안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시는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생명 존중에 대한 문구를 담은 안내판과 함께 '생명사랑존(zone)'을 설정해 계도와 예방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다 세종시의 높은 상가 공실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세종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1.5%에 달한다. 전국 평균(13.3%)을 크게 웃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상가 공실이 많다보니, 학생들의 이동에 큰 제약이 없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 발생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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