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무법질주 등 사고 5년 새 10배 증가
허울뿐인 면허 인증… 배상책임제도 '구멍'

 

정병익 세종시 부교육감과 지역 학생들이 지난달 26일 세종예술고에서 전동킥보드 안전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세종시교육청 제공

전동킥보드는 편리성으로 인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다. 최근에는 자전거처럼 대중교통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동킥보드가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만 보장하면 최고의 근거리 이동수단이라고 할 수 있으나, 외부 충격에 대비한 보호 장치가 없고 바퀴가 작아 턱 등 도로 장애물에 취약하다. 안전의무 조치를 강화한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무면허에 헬멧 등 안전장구 비착용, 무법 질주로 인한 교통사고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2017년-2021년) 간 전국에서는 총 3421건의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117건,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으로 매년 증가 추이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2386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2018년 225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사이 약 10배 증가한 것이다. PM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도 2018년 4명, 2019년 8명, 2020년 10명, 2021년 19명, 2022년 25명 등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운전할 때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 이상의 면허가 의무화됐다. 이를 지키지 않은 운전자에겐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된다. 관련 법이 개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공유킥보드 대여업체 상당수는 제대로 된 면허 인증 절차를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허가 없는 미성년자들도 아무런 제약 없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보니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공유형 킥보드를 이용하는 10대 대다수가 '무면허'이지만, 공유킥보드 업체가 강제로 이용자의 면허를 확인할 법적 의무는 없는 실정이다.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 1월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면허 인증 절차가 허술한 탓에 무면허로 킥보드를 타다가 경찰에 적발된 미성년자도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킥보드 등 개인별 이동장치(PM)를 무면허로 이용하다 단속된 미성년자는 1만 924명이다. 면허 의무 조항이 도입된 2021년 5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단속 건수 2767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무면허 미성년자들의 킥보드 사고도 늘고 있다. 20세 이하 운전자에 의해 발생한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는 2021년 628건에서 지난해 1096건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역 인근에서 고등학생 2명이 전동 킥보드를 함께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직진하던 택시에 부딪혀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세종시에서도 지난달 2일 무면허인 고1 학생 두 명이 전동킥보드 한 대를 함께 타고 신호 위반을 한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주행 중인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10대 청소년 2명이 전동 킥보드를 운전하다 8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

전동킥보드 등으로 대표되는 PM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유 전동킥보드의 경우 이를 운영하는 업체에서 단체보험을 들어놓고는 있다. 올해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동킥보드 운영사들이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문제는 업체가 운영하는 전동킥보드가 아닌 개인이 소유해 타고 다니는 전동킥보드다. 이 경우 현행법에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이 전동킥보드와 부딪혀 사고가 나더라도 가해자가 보험에 들어있지 않으면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자동차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는 법률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피해자가 얻게 되는 손실이 크기 때문에 자동차 운행자는 이를 배상하기 위한 책임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관련 법률들은 PM을 자동차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시속 25㎞ 미만인 이륜자동차는 사용 신고 대상에서 빠졌다.

최근 전동킥보드의 성격을 사실상 자동차로 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22일 도로에서 킥보드를 타다가 신호 위반, 보도 침범, 음주 주행 등 12대 중대 의무를 위반한 사고를 내고 다쳤을 경우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기로 했다. 도로교통법상 '차'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손해배상과 관리법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 면허 이상 보유자만 사용 가능하다. 이로 인해 킥보드 등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만 13세 이상)에 의해 교통사고로 처리된다. 자동차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로 규정한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은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자동차로 보지 않고 있다. 자동차 관리법 역시 25㎞/h 미만 이륜자동차를 신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해마다 전동킥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함에도 안전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전동킥보드 사망사고가 계속되면서 대여업체들이 대여자들의 면허증 확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헬멧 착용 등 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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