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대전보건대학교 교수
김도진 대전보건대학교 교수

2015년을 시작으로 3주기에 걸쳐 약 10년간 실시된 정부주도의 기본역량진단평가(대학평가) 제도가 대학(전문대학 포함) 기관평가인증제와 통합되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대학평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학의 규모 축소, 경영투명화 및 내실화, 고등교육의 질 제고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부정적 의견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 및 대학 구성원의 업무부담 가중, 고등교육 질적 수준의 하향평준화, 개별 대학 및 지방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획일화된 평가 방식에 따른 대학의 정체성 및 혼란 가중 등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대학의 특성과 이점을 살릴 뿐만 아니라, 평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관평가인증제에 대학평가를 통합해 시범적으로 라이즈 사업과 글로컬 사업을 공표했다.

아쉽게도 대전지역은 라이즈 사업에 시범지역으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대전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2025년 라이즈 사업 대전지역 선정과 이에 따른 사업의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글로컬 대학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다각도로 힘쓰고 있다.

대학평가를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을 위한 목적으로 실시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교육기관의 정체성 확립과 수요자의 의견을 반영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대학의 변화와 성장가능성에 초점을 둔 평가는 자체평가 등을 활용해 점검이 반드시 필요한 지표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은 교육의 방향을 앞으로의 사회 변화에 초점을 맞춰 혁신적으로 과감히 바꿔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인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 아카데미는 학년제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대신 실무능력을 단기간에 이수하게 하여 학습자 요구와 사회적 수요를 모두 충족하는 형태로 대학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형태는 학년제나 학기제에 얽매여 있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형태인데, 주목할 점은 이러한 교육방식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낸다는 점이다. 분교 또한 한국, 일본, 스위스, 중국, 뉴질랜드 등 많은 국가에 설립돼 있다. 비싼 학비와 각국의 사회 정서에 적응하지 못해 폐교된 사례도 있으나, 다수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유초중등과 대학 수준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단절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그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구체적인 방향은 대학의 환경과 지역적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대학 교양 교육 또는 기초 전공교과의 운영을 고등학교 수준에서 운영하고 대학 입학 후 일부 학점을 인정하게 하는 방법은 단순 학점 인정제를 뛰어넘어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연계를 강화해 교육 전반의 질적 향상을 유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무조건 이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존 대학교육에 속도감 있는 혁신을 더해야 한다. 또 기회 비용을 포함해 교육수요자들이 대학교육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산출물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글로컬 대학 선정 계획이 대학에 많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좋은 제도로 안정되기를 바란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대학 교육에 많은 혁신과 변화를 막는 걸림돌로 존재하는 기존 제도와 규정 등은 규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완화돼야 한다. 대학은 외부의 간섭으로 인한 발전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자율적인 변화의 물결 속에서 더 큰 발전을 이뤄낼 수 있으리라 본다.

김도진 대전보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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