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사주의 책임을 묻는 화재 1인 시위 행동
자살율 등 1등인 대덕구 공동체 복원으로 극복
'모소대나무'처럼 기다림 시간 구민들에게 보상

최충규 대덕구청장은 "모소대나무와 같은 기다림의 시간을 벗어나 구민들이 기다려주신 시간의 가치를 제대로 된 정책으로 승화시켜 구민들에게 보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진=대덕구 제공

지난달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사업장이 있는 대덕구 목상동 공장 주변 주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많이도 봤다. 한국타이어가 일부러 불을 낸 건 아니지만 2014년 화재의 악몽이 판박이다. 타이어 21만 개가 탔으니 오죽했을까. 타이어가 타면서 내뿜는 유독가스와 분진 등으로 주민들은 건강에 심각한 해를 당했다. 이달 초 대덕구에 접수된 피해만 1200건이 넘는다. 이중 주민들 건강과 관련된 신체적 피해 접수는 800건에 육박한다.

최충규 대덕구청장. 그를 만나자 안 물어볼 수 없는 게 한국타이어 화재였다. 한국타이어 화재를 누구보다 안타깝게 바라본 그지만 한편으로는 화나는 일이었다. 사고를 쳤으면 수습을 잘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행동에 화만 잔뜩 났다. 구청장으로 이번 화재를 보면서 무기력함도 느꼈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게 행동이다. 최 구청장은 이달 초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앞에서 며칠간 1인 시위를 했다. 한창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거나 주민들을 만나야 할 시간에 무언의 1인 시위를 한 건 대덕구의 행정 책임자로 반복되는 한국타이어 화재를 그냥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타이어 사주는 무한책임 피해보상 무조건 이행하라'와 '대덕구민 피해회복 조속히 이행하라' 등이 담긴 큰 팻말을 앞에 두고 1인 시위를 했다. 한국타이어의 반복된 총체적 부실 책임을 직접 묻겠다는 그다. 그러면서 피해 주민들에 대한 한국타이어의 무한책임과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최 구청장은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는 것 아니냐. 가해자는 한국타이어고, 피해자는 주민들이다. 화재 후 한국타이어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봤다. 근데 한국타이어는 제 기대와 주민들의 기대에 어긋다는 행동을 하더라"라며 "한국타이어와 지역민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제가 오죽했으면 1인 시위를 했겠느냐. 사주가 적극적으로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이 안 보이고 보험 얘기만 했다. 주민들에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구상권을 청구하라는 것이다. 이걸 보면서 사주에게 좀 강력하게 항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1인 시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덕구청 현관 앞에 붙은 사자성어가 눈에 띄었다. '상생지락(相生之樂·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사는 행복한 세상)이다. 대덕구가 올해 정한 사자성어다. 최 구청장은 이 사자성어에 구정 철학을 함축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모든 대덕구민이 즐겁고 행복한 한 해를 보내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그 첫 번째는 직원들부터 내 일상이 즐거운 대덕구를 만들겠다는 것.

그는 "구청장을 하기 전 잠시 회사를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는 아침에 출근하려면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기분이었다. 구청장이 되고 나서 생각한 것은 직원들이 행복해야 구민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위직 공무원, 소위 MZ세대들이 바라볼 때 어찌 보면 구청장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들과 소통하면서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풀어갈 때 동료의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일터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본인이 직장에 만족할 때 구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 구청장의 고민은 대덕구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하는 원론적 접근이다. 그만큼 통계로 나타난 대덕구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 대한민국, 전국으로 보면 대전이 또 1등, 좁게 보면 대덕구가 1등이다. 단독주택 등이 많은 탓에 유성구와 함께 화재도 대전에서 최고 많다. 여기에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와 노약자 보호구역 교통사고 등도 간과할 수 없다. 최 구청장은 이러한 악명 수치를 낮추는 데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공동체 복원을 통한 앞에서 1등을 하는 게 아니라 뒤에서 1등을 바라는 최 구청장이다. 1인 생활체육, 1인 문화예술활동 등 구민들이 좀 여유를 갖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 한다.

최 구청장은 "먹고 살기 힘들어도 어떨 때는 좀 쉬면서 운동도 하고, 문화예술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여건을 바탕으로 구민들이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생활 속에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구청이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덕구의 가장 큰 장점은 산과 물이 있다는 것. 최 구청장은 대청호와 금강변을 잇는 새여울물길 30리 프로젝트와 대전시의 계족산 개발계획과 연계한 시민공원 프로젝트 추진으로 강과 산이 어우러지는 관광벨트를 조성, 대전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또, 국가지정문화재인 동춘당, 계족산성 등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유구한 전통문화유산을 보유한 만큼 다양한 콘텐츠에 담아 대덕의 미래를 이끌 또 다른 추진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영화·드라마 촬영지 홍보를 위한 대덕구 명소 DB 구축, 대덕구 역사 인물 선양사업 강화, 대덕시티투어 프로그램 운영 등 품격있는 문화관광 인프라를 조성해 사람들이 다시 찾는 문화도시 대덕으로 변화.를 꿈꾼다.


최 구청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모소대나무'를 인용했다. 이 대나무는 씨앗이 뿌려진 후 4년 동안 3㎝밖에 자라지 않는다. 오랜 시간 뿌리 기반을 다진 모소대나무는 5년이 되는 해부터는 매일 30㎝씩 자라 6주가 지나면 울창한 숲을 이룬다. 최 구청장이 모소대나무를 꺼낸 건 구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시를 남기기 위한 예시다.

그는 "지역 간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어 대덕구 소외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동안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 모소대나무와 같은 기다림의 시간을 벗어나 대덕은 앞으로 뻗어나갈 때"라며 "구민들이 기다려주신 시간의 가치를 제대로 된 정책으로 승화시켜 구민들에게 보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본인은 가진 것 없는 '흑수저'라 말하는 최 구청장.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어려운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그가 만들려는 대덕구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담=디지털뉴스2팀장 박계교·정리=정인선 기자
 


최충규 대덕구청장은 "모소대나무와 같은 기다림의 시간을 벗어나 구민들이 기다려주신 시간의 가치를 제대로 된 정책으로 승화시켜 구민들에게 보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진=대덕구 제공


최 구청장은

대전 대덕구 출신으로 회덕초·중학교, 전북기계공고, 한남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가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4-5대 대덕구의회 의원, 대덕구 의회 의장, 국민의힘 정용기 국회의원 보좌관, 국민의힘 대전광역시당 대덕구 당협위원회 상임부위원장,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대덕구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덕구청장에 당선됐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