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석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기분석표준그룹장
이경석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기분석표준그룹장

BTS나 블랙핑크 등 K팝 그룹들의 해외 음악차트 진입은 이제 더 이상 신기한 소식이 아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도 한국 콘텐츠들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성공과 함께 K-푸드를 즐기는 세계인들도 대폭 늘고 있다. 정부에서도 2022년 식품 수출이 역대 최고치인 120억 달러(약 15조 원)를 기록했다는 발표와 함께 K-푸드 수출 확대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K-푸드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다른 K-콘텐츠와 달리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신뢰성'이다. 식품의 신뢰성은 사람들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 매우 민감한 요소다. 이에 정부에서는 식품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수립하고 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기분석표준그룹에서도 이를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바로 식품과 관련된 무기분석 측정표준을 확립하고 인증표준물질을 보급해 '측정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식품 분야 무기분석 측정표준은 납·카드뮴 등 중금속을 포함한 유해원소와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 즉 영양원소를 대상으로 한다. 특정 식품에 이런 원소들 중 어떤 종류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고 싶을 때 측정표준은 정확하고 엄밀한 기준이 됨으로써 측정결과를 신뢰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기준은 인증표준물질(Certified Reference Material, CRM)의 형태로 제공되는데,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측정값을 인증값으로 가진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CRM은 크게 두 가지 쓰임새가 있는데, 하나는 측정의 기준이 되는 지표 역할이다. 예를 들어 납 표준용액 CRM은 마치 길이를 잴 때 자의 눈금이 지표가 되듯이 대상 식품에 납이 얼마나 들어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눈금을 제공한다.

다른 하나는 답안지가 있는 연습 문제와 같은 역할이다. 수입산 김치의 중금속 함량을 측정하고자 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김치에는 여러 가지 성분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기 때문에 올바른 측정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측정과정에서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받아 측정결과가 높거나 낮게 나올 수 있다. 이때 김치 CRM을 사용해 동일한 방법으로 얻은 측정값을 이미 알고 있는 인증값과 비교해 보면 측정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측정결과의 신뢰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똑똑한 요즘 소비자들은 식품 내 유해원소의 함량을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측정결과를 믿을 수 있는지까지 따져본다. 측정결과의 신뢰성이 우려된다면 그 나라에서 생산된 식품의 성분 표기도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K-푸드라면 세계 어느 나라 소비자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무기분석 측정표준과 CRM이 대한민국 측정결과의 신뢰성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분유에서부터 쌀, 밀가루, 굴, 배추, 김치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해 국제적으로 검증된 우수한 측정표준과 CRM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K-푸드가 맛을 넘어서서 특별한 신뢰성을 갖춘 프리미엄 먹거리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든든한 발판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경석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기분석표준그룹장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