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김현섭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나무심기는 격변의 현대사를 관통한다. 일제 강점기 전쟁물자 조달, 해방 후 인구증가, 한국전쟁과 전후 복구용 자재수요 폭증은 우리 숲을 민둥산으로 만들었다. 큰비에 떠내려가는 논밭, 뿌옇게 날리는 황토먼지, 사라진 숲속 생명은 처참한 후유증이었다.

숲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1967년 산림청을 발족하고 1·2차 치산녹화 계획(1973-1987), 3차 산지자원화 계획(1988-1997), 4차 산림기본계획(1998-2007)을 쉼 없이 펼쳤고 마침내 국민과 함께 국토녹화를 완수했다. 우리나라는 38개 OECD 국가 중 산림 비율이 4위다.

1차 치산녹화 사업 후 50년이 흐른 지금, 나무심기에 대한 국민 생각은 어떨까? 최근 산림청 조사를 보면 국민 97%가 이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나무심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1헥타르의 숲이 해마다 11톤의 CO2를 흡수해서 승용차 6대가 한 해에 내뿜는 탄소화합물을 저장한다는 국립산림과학원의 보고에 해답이 있다. 민둥산 같은 말은 사라졌고 지구온난화가 떠오르는 기후위기 시대다.

나무심기도 제주도와 남해안은 2월 하순부터 시작한다. 강원도와 경기도의 높은 산에서는 4월 말까지도 나무를 심는다. 이제는 기후변화에 맞는 지역별 수종 선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무를 심는 시기는 토양, 습도, 온도, 강수량, 유기물 등 나무 생육과 관련된 전반적인 영향인자와 연관돼 있다.

무엇보다 나무의 생존과 생장을 예측해서 심는 것이 중요한데, 방대한 기후정보를 활용해서 정밀한 환경분석과 빠른 의사결정이 동반돼야 한다. 나무심기에 D.N.A(Data, Network, AI)가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과제 해결을 위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빅데이터로 환경이 자동 조절되는 2세대 스마트 양묘시스템과 지역별 기후와 입지에 맞는 조림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2월 하순부터 4월 말까지 나무심기가 한창이다. 올해는 2만 2000헥타르의 산에 49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민둥산을 259조 원의 공익가치로 만든 국토녹화 DNA는 기후위기를 이기는 D.N.A로 연결될 것이다.
 

김현섭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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