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다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지역혁신총괄실 연구원
전다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지역혁신총괄실 연구원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 '옥자'는 2017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옥자는 한국에서만 극장에서 상영되고 나머지 나라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의 모든 영화는 극장 개봉 이후 3년이 지난 뒤 가입자 주문형 비디오(SVO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법이 적용되고 있었다. 따라서 프랑스 내 개봉을 하지 않고 SVOD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은 작품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다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극장협회는 개봉도 되지 않는 영화가 칸 영화제에 초청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새로운 플랫폼이 규칙을 수용하고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작품 초청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이 보였으나 긴 논의 끝에 칸영화제 측은 옥자의 경쟁부문 초청을 고수하는 대신 다음해부터는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하는 작품을 전제로 경쟁부문을 선정하겠다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이런 시대 흐름을 반영해 2018년 넷플릭스의 또 다른 영화 '로마'는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프랑스는 극장 개봉 이후 가입자 주문형 서비스 제공 기간을 15개월로 단축했다.

기술과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팬데믹 이후에는 이러한 환경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옥자를 둘러싼 논란과 규제와 같이 기술의 발전을 대비한 과감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시의 적절하게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개발특구는 특구 내 신기술을 실증할 때 기존의 법령에 기준, 요건 등이 없거나 불합리한 경우 규제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해주는 제도인 연구개발특구 신기술 실증특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특구 신기술 실증특례 제도는 공공연구기관과 해당 공공연구기관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이 공동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달,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허은아 의원과 조승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내 특구법이 시행되면 기업이 단독으로 실증특례를 신청할 수 있어 기업의 참여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특구의 신기술 창출과 관련된 규제의 유무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는 신속 확인 제도와 특구에서 신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하려는 경우 관련 규제가 모호하거나 불합리할 때 안정성이 검증됐다면 임시로 시장 진출을 허용해주는 임시허가 제도도 도입된다.

그동안 연구개발특구에는 실증특례 제도만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신속 확인이나 임시 허가가 필요한 공공연구기관 또는 기업이 타 부처의 규제특례 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던 불편한 점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연구개발특구 신기술 실증특례 제도를 통해 2021년 5건, 2022년 10건의 실증특례가 지정됐다. 이번 특구법 개정으로 특구 내 신기술이 더 빨리 더 많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전다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지역혁신총괄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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